이일용 청양소방서장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가 곧 1주기다. 작년 겨울 우리 국민 모두는 이 잊을 수 없는 아픔을 목도하고 같이 눈물 흘렸으며 끝내 아쉬웠던 현장상황은 제천 화재를 우리 마음속에 끝나지 않은 사건으로 오래 남아있게 했다. 그리고 다시 겨울이 돌아왔다.

겨울철 화재는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계절적 특성과 최근 몇 년간의 이상기온으로 화기사용 및 실내 활동이 증가하는 등 겨울철 화재위험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5년간 겨울철 화재 발생건수는 연간 대비 25.3%로 여름과 가을에 비해 높으며 특히 다른 계절에 비해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 점유율이 높다.(국가화재정보센터 NFDS, 2013년 11월~2018년 2월)

국민안전체감도 조사 결과 2018년 상반기 일반국민의 화재 안전체감도는 17년 하반기에 비해 하락했으며, 국민들은 특히 겨울철에 화재가 많이 난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행정안전부, 2018). 이는 끊임없는 화재예방에도 불구하고 작년 겨울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를 비롯해 밀양 세종병원 화재, 세종 주상복합 건설현장 화재 등 대형 화재가 연이어 발생해 국민의 불안감을 가중시켰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연유로 우리 소방은 해마다 겨울철이 되면 화재안전을 위한 범정부적 노력을 펼친다.

이러한 노력 중 하나가 신속한 출동만큼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방 출동로를 확보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겨울 제천 화재 당시 주·정차 차량에 막혀 현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소방차를 보며 함께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불과 1년이 채 안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벌써 잊은 것일까? 지속적인 소방통로 확보 캠페인이나 매체 홍보에도 불구하고 소방차 길 터주기와 긴급차량 출동로 확보에 대한 국민의 의식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청양소방서는 2015년 개서이래로 군민의 안전을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내적으로 인력과 장비 보강과 함께 재난대응 시스템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화재·구조·구급서비스를 확충해 안전한 청양 만들기에 최선을 다한 결과 2018년 화재현장 5분 도착률을 2015년보다 12.3% 향상된 60.26%로 크게 앞당겼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방차 출동 골든타임 확보는 번화가 및 화재취약지역 주변 불법 주·정차 차량이나, 소방차 앞을 끼어들어 진로를 방해하는 차량 같이 양보의무를 위반하는 차량 등으로 여전히 어려운 과제로 남아있다.

이에 올해부터 화재 등 재난현장으로 출동하는 소방차량에 길을 터주지 않는 운전자는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공동주택(아파트 등) 전용구역으로의 진입을 가로막는 행위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소방 관련법이 신설 강화돼 시행되고 있다(소방기본법, 2018년 2월 9일 신설).

화재안전은 ‘범정부적 노력’으로 표현되는 정부의 노력만으로 이루어 내기 어렵다. 우리 생활 곳곳에 남아있는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안전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의 실천과 동참이 중요하다. 소방관서에서부터 현장까지의 가장 빠른 길은 국민의 양보로 만들어진 길이며 이 길은 화재현장에서 소방차를 애타게 기다리는 요구조자를 위한 생명의 길이다. 국민모두가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 때문에 누군가 소중한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소방차 길 터주기와 소방통로 확보에 동참한다면 골든타임의 생명 길은 언제나 열려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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