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덕출은 한 동에 백 냥도 쳐줄 수 없다던 안동포도 값을 잘 받아주고 자신에게는 구전만 달다며 흥정을 끝냈다. 마덕출 자신의 말마따나 그런 흥정은 최풍원에게도 가장 최선의 결과였다.

마덕출은 여각을 운영하는 주인이었다. 여각주인은 큰 나루나 포구에 자리하고 있으며, 장사꾼이나 화주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처음에는 이들에게 숙식을 제공해주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이 주업이었다. 그러다 이들이 가지고 온 물건을 중간에서 알선하여 살 사람을 소개시켜주기도 하며 발전하여 이제는 상당한 재력을 가진 거상으로 성장한 사람들이 많았다. 이제 여각주인들은 단순히 물건을 맡아주고 숙식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장사꾼들이나 화주들의 물건을 흥정해주고 구전을 먹거나 통째 물건을 매수해 직접 넘기기도 하였다. 또 그들에게 거액의 돈을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일까지 하며 온갖 거래에 참여했다. 마덕출 역시 삼개나루에서 그건 일을 하며 상당한 부를 키운 거상이었다. 마덕출로서는 최풍원의 물건을 파는 대신 다른 물건들을 잡아 팔면 훨씬 더 많은 이득을 낼 수 있는 여러 조건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거상이 최풍원에게 보관료는커녕 물건을 맡아 팔아주고 구전만 먹겠다는 것은 대단한 배려였다. 그러나 최풍원은 아직 여각주인이 써주는 그런 마음을 알지 못했다. 최풍원이 지금 하고있는 장사는 한양에서 벌어지고있는 상거래에 비하면 풋내기 장사꾼에 불과했다. 최풍원은 그저 가지고 온 물건을 말끔하게 팔지 못하고 북진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찜찜함이 더 컸다.

“최 대주, 나머지 물품 대금은 어찌 하시겠는가?”

버섯가루와 안동포를 제외한 나머지 이백오십 냥을 말하는 것이었다.

“곡물하고 소금과 어물로 가져갈까 합니다요.”

최풍원이 가져가기 편한 엽전으로 가져가지 않고 물품으로 가지고 가려는 이유는 더 많은 이득을 내려는 생각에서였다. 임방주들과 영남 장사꾼들이 자기들의 물건을 곡물로 받았으면 좋겠다는 의사도 있었지만, 지금 청풍도 물론이지만 강원도·경상도 내륙 산간마을에서는 돈이 있어도 곡물을 구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반대로 팔도 곡창지대에서 모여드는 한양에는 쌀들이 싸전마다 넘쳐나고 값도 훨씬 쌌다. 어물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제 삼개나루를 돌며 서해바다에서 올라왔다는 소금배와 어부에게 물어보니 소금과 어물 또한 청풍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쌌다. 돈으로 가져가는 것보다 물건을 가지고 가면 배삯을 주더라도 몇 배의 이문을 남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걸 다 곡물과 소금으로 가져가겠단 말인가?”

마덕출이 최풍원의 말을 듣고 의아해서 물었다.

“다라니 무슨 말씀이시요?”

최풍원도 의아해서 물었다.

그깟 이백오십 냥을 물품으로 바꿔간다 해도 쌀로 치면 쉰 석이고, 소금으로 치면 여든 석에 불과했다. 그것을 가지고 북진본방에 가져가봐야 각 임방마다 나눠주고, 또 거래하는 장사꾼들에게 갈라주고 나면 순식간에 소진될 양이었다. 그것도 그렇지만 하루에도 수 천 냥의 돈을 주무르고, 수백 석의 곡물과 소금과 막대한 물산들을 거래하는 마덕필이 돈 이백오십 냥을 가지고 다라고 물어보는 것이 엉뚱해서였다.

“천삼이 있지 않소?”

“아-.”

최풍원도 그제서야 어제 마덕출에게 맡겼던 천삼 생각이 떠올랐다. 그리고 무척 탐을 내며 자신이 팔아주겠다고 빼앗듯 가져갔었다. 최풍원은 한양에 당도한 후 벌어지고 있는 상상외의 일에 혼이 빠진 듯 했다.

“소 잃어버리고 닭 잡으러 다니는구려! 그깟 잡 물건들은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그러면서 정작 제대로 흥정해야 할 물건은 잊어버리고 있으니…….”

마덕출이 넋 나간 듯 정신없는 최풍원을 보고 빙긋이 웃었다. 소탐대실이란 말이었다.

“천삼은 어찌 되었습니까?”

“상품 쌀로 이백 섬 값을 바로 쳐주겠네!”

“예? 이백 섬이요?”

최풍원은 입이 떠억 벌어졌다. 어제 마덕출이 그리 말을 할 때도 반신반의하며 그냥 넘겨버렸었다. 그런데 정말로 쌀 이백 섬 준다니 자다가 떡이 생긴 격이었다. 떡이 아니라 금덩어리가 생긴 횡재였다. 상품 쌀이 이백 섬이면 천 냥이나 되는 돈이었다. 대궐에 공납한 물건과 마덕출에게 넘긴 물건을 모두 합쳐도 천삼 값에 미치지 못하는 큰 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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