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2일을 넘겼다. 여야 3당 교섭단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들이 참여하는 ‘예산심사 소(小)소위’가 이틀째 가동, 쟁점 사업에 대한 감액심사를 이어가고 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법정시한을 넘긴 여야는 비공식 회의체까지 가동해 심사를 서두르고 있지만, 쟁점이 많은 데다 선거제 개편 등 외생 변수까지 집어넣어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마저 쉽지 않을 듯하다. 평화당은 여당인 민주당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수용을 압박하며 다음 주 국회 본청 앞에 천막당사를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예산안 처리는 뒷전이고 자당의 이슈가 우선인 셈이다.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1일 0시를 기해 예결위 활동기한이 다 된 만큼 비공개 회의체를 가동해 심사를 지속하자고 뜻을 모았다. 예결위는 소소위 첫째 날 246개의 보류 안건 중 절반가량을 다뤘고 2일 나머지 절반에 대해 최대한 심사를 다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협상과정에서 나오는 쟁점 사항들이나 각 당의 입장이 충돌하는 사항들을 얼마나 빠르게 정리하느냐다.

예결위 바른미래당 간사인 이혜훈 의원은 “소소위에서 할 수 있는 부분까지 상당 부분 타결하고, 마지막 타결이 필요한 부분은 원내대표들에게 넘길 것”이라며 “증액은 (소소위에서) 볼 형편이 안 되고, 각자 의원들이 증액 희망 사항을 부처와 직접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이번 예결위 소소위에서 일일이 검토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한 이유를 따지고 보면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예산심사를 지연시킨 까닭이다. 이제 와서 시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앞서 여야는 일자리 예산, 남북협력기금, 정부 특수활동비, 공무원 증원 예산 등 각 당 이견이 첨예한 쟁점 사항에 대해서는 정책위의장이 합류해 논의하고 필요하면 원내대표들까지 직접 만나기로 했으며, 이 과정은 3일 시작될 전망이다.

이후에도 험난한 과정이 남아 있다. 우선 예산안을 처리할 본회의 날짜를 놓고 민주당은 3일,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7일을 각각 주장하며 대립 중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3일 본회의를 소집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원안을 상정할 방침이지만, 여소야대 상황에서 여당의 단독 처리는 불가능하다. 야당은 충실한 심사를 명분으로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인 7일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더해,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 3당이 선거제 개편과 예산안 처리를 어느 정도 연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막판 진통이 예상된다. 민생문제 등 다양한 예산안 처리가 결정돼야 내년도 국정운영 계획이 순조롭게 추진될 수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산안 처리 때마다 예산  적인 정치적 이슈를 들고 담판 지으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되는 일이다.

여야 3당 지도부가 정치적 결단만 한다면 3일 본회의에서 바로 예산안을 표결에 부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논의 경과를 고려할 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선거제 개편도 중요한 이슈다. 하지만 예산안 심사에 시간 없다는 핑계를 대기 전에 충분히 심사하고 결정한 후에 그 밖의 정치적 쟁점들을 타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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