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실내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점심식사 후 직장동료들과 하는 잠깐의 산책대신 커피숍에서 시간을 보낸다. 하루 중 운동 아니, 움직이는 시간이 거의 없다 보니 허리띠는 늘어나고 계단 오르기가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 아무래도 운동을 다시 해야 하는가 라고 생각하고 맘을 먹었는데, 거의 매일이 미세먼지 경고가 뜨고 있다. 대기질지수(AQI)가 해로움 수준이 151 이상을 나타내는 날도 많아졌다. 미세먼지로 건강을 해치는 것도 모자라 운동부족까지 겹치게 됐다.

필자의 어린 시절인 1970년대만 해도 물을 사서 먹는다는 것은 상상을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에서는 석유가 물보다 비싸다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했었는데, 불과 30년도 안돼 현실이 됐다. 얼마 전 뉴스에서 중국에서 프랑스산 공기를 사서 마신다는 우스갯소리 같은 소식을 전했다. 비닐봉지에 프랑스에서 채집한 공기를 담아서 중국으로 가져온다는 것이다. 아무리 중국이 대기오염이 심각하다고는 하나 그 정도까지 호들갑을 떨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요즘은 우리나라에도 그런 날이 올 것만 같다. 물도 그랬듯이 공기도 사서 마셔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50% 정도는 중국에서 월경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머지 중 25%는 우리나라 서해안의 화력발전소에서 기인한다고 있다. 그리고 우리 지역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는 전체의 25% 안팎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그리고 지자체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고 외교적 노력으로 중국의 미세먼지를 감축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중국의 영향 50%와 서해안 화력발전소 25%가 맞다면 내륙지역에서 아무리 노력한들 미세먼지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런데 필자는 이 수치에 다소의 의심을 제기한다. 중국과 서해안 화력발전소의 영향이 75%라면 국내 AQI 수치는 전국적으로 평균 25% 이내의 오차범위를 보여야 한다.

그런데 청주시의 경우 인근지역보다 2배 이상이 AQI가 높게 나타나는 날이 자주 발생한다. 지역별 미세기후, 날씨, 바람 등의 차이를 고려해도 너무 큰 편차를 보인다.

어떤 관계자는 청주시가 분지형태의 지형이기 때문에 공기가 정체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것도 모순이 있다. 청주시보다 더 심한 분지형인 춘천시, 원주시는 훨씬 수치가 낮다.

인근의 세종시만해도 청주시보다 평균적 AQI가 훨씬 낮다. 중국과 서해안화력발전소는 추정치이지만, 매일 매일의 AQI는 실제 값이다. 무엇이 정확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중국과 서해안화력발전소의 탓으로만 돌리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게을리 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

미세먼지는 환경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의 경제성장, 우리나라의 전기수요, 자동차와 도로, 산업단지의 문제이다. 중국은 우리의 영역이 아니겠지만, 전기, 자동자와 도로, 산업단지는 우리의 문제이다. 이걸 포기하거나 사회 전체의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미세먼지는 더 이상 환경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사회 전체가 함께 노력을 해야 하는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고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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