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기는 하지만, 그럼 얼마나 풀어야 하는지…….”

“경우에 따라서는 버섯 열 자루를 몽땅 풀어야 할지도 모르오!”

“그걸 다 풀어먹인단 말입니까?”

최풍원은 기가 막혔다. 삼백 냥을 받으려던 물건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맛뵈기로 몽땅 날려버릴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최풍원은 버섯가루가 아깝기도 했지만, 영월 성두봉과 물건을 맡긴 영월 사람들이 잔뜩 기대를 품고 기다릴 그것이 더 걱정되었다. 그 사람들은 버섯가루가 양식으로 바꿔져 영월 맡밭나루로 들어오기를 이제나저제나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아무리 사람들이 모르는 물건이라 해도 그건 좀 과한 것 같소이다. 마 주인은 그동안 여러 상술로 물건을 팔아봤을 테니 다른 묘안은 없겠소이까?”

윤왕구 객주가 마덕출에게 사정했다.

“상필이! 일단 자네가 피전골 주막이나 대가집 잔치나 여염집 큰일에 물건을 대줄 때 이 버섯가루를 한 줌씩 주고 먹어보게 하면 어떻겠는가? 이 물건은 어물과 궁합이 짝짜꿍이 아니겠는가?”

마덕출이 어물전 상필이에게 물었다.

“그럼 자네는 뭘 하겠다는 건가?”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니 버섯가루 처분이 전적으로 자신에게 돌아올 것처럼 돌아가자 어물전 상필이는 덜컥 부담이 되었다. 상필이는 어물 거래가 주종이므로 버섯가루는 과외로 곁들여 조금씩 팔아보며 부수입을 올려볼 요량이었다.

“내가 자네에게 몽땅 떠안길까봐 겁이 나는가?”

마덕출이 상필이의 속내를 읽고는 빙긋이 웃었다.

“그건 아니지만…….”

상필이가 변명을 했지만 이미 드러난 그 표정은 속일 수가 없었다.

“이보시게 최 대주, 이렇게 하면 어떻겠소이까?”

마덕출이 최풍원에게 무슨 방법일지는 모르지만 제안을 했다.

“어떻게요?”

“싣고 온 물건을 다시 싣고 올라갈 수는 없는 일이니 어떻게든 팔아야할 것 아니겠소?”

“그야 당연하지요!”

“그렇다면 방법은 한 가지요. 아까도 말했지만 어떻게 될지 모를 물건이라 나도 저 물건을 사들일 수는 없소!.

흥정을 다시 시작했지만 여전히 마덕출은 버섯가루는 살 수 없다고 했다.

“그럼 어떻게 하시겠다는 말씀이신지요?”

“일단 버섯가루 열 자루를 우리 여각에 맡겨주게! 그러면 상필이는 자기 거래처에 조금씩 나눠줘 소문을 내고, 나는 시전 큰 장사꾼들을 만나 대궐 수라간으로 들어갈 방도를 찾아보겠네. 일단 대궐에만 들어가게 된다면 그 수효가 엄청날 걸세!”

“대궐에 넣는다고요?”

“그렇다네. 그런데 문제는 대궐에 들어가기 전에 장마당에 소문이 먼저 나야 일이 수 월해진다네. 왜 그런고 하니 대궐 수라간에서는 잘 알지 못하는 물건은 절대 사들이지 않는다네. 백성들이 먼저 써보고 좋다고 소문이 나면 대궐에 공납하는 상인들이 추천을 하고 대궐에서 장에 나와 확인을 해보는 게 순서일세. 그러니 상필이가 피전골부터 소문을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한 일이라네!”

“그건 충분히 알겠지만, 여각에 물건을 맡겨놓고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요?”

“그건 알 수 없지, 사람들이 좋아하면 한 달도 걸리지 않을 터이고, 별 반응이 없으면 하세월이겠지!”

최풍원은 답답해서 묻는 말에 마덕출은 남의 다리 긁듯 대답했다.

“저 물건을 보내놓고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 때문에 그럽니다요.”

“그런 것까지 일일이 생각하며 어떻게 장사를 하는가? 그건 그 사람들 문제지!”

마덕출이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

“그래도……”

최풍원이가 안타까워 어떤 방법이라도 찾기 위해 마덕출에게 매달렸다.

“그러니까 일단 내게 물건을 맡기고 기다리게! 나도 상필이와 협조해 최대로 빨리 처분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보겠네. 그리고 물건 대금 일부를 곡물로 미리 내주겠네. 곡물 값은 다른 물건으로 일부 변제하고 나머지는 버섯가루 나가는 사정을 보고 그때 갚아주게.”

“알겠습니다. 정 그렇다면 그렇게라도 해야지 제가 별 수 있겠습니까요?”

최풍원도 어쩔 수 없이 마덕출의 뜻에 따르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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