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라는 게 모두 제 입으로 들어가는 게 불룩하면 좋다하는 거 아니겠소이까. 그렇지만 그건 아주 단순한 장사요. 세상에 자기 입으로 들어오는 음식을 마다할 천치가 어디 있겠소. 그렇지만 그것은 몇 번 거래를 하고나면 끝날 장사요. 세상에 자기 물건 아깝지 않은 사람이 있겠소. 모두 다 제 물건이 아깝고 남보다 더 받고 싶겠지만 그러려면 상대방 몫을 빼앗아야 내 뱃속을 채울 수 있는 것 아니겠소. 아무리 덜 떨어진 놈이라 해도 제 물건 아깝지 않은 놈이 어디 있고, 한두 번 손해를 보는 서운한 거래를 당하면 또 하려 들겠소. 다른 곳을 찾아 가는 게 당연하지. 그건 물건 주인이나 사는 사람이나 맨 한 가지 아니겠소. 그래서 내가 윤 객주나 최 대주나 좋은 사람들 같아 오래 거래해보고 싶어 결례를 했으니 과히 노여워하지는 마시오.”

마덕출이 장황하게 자기 속내를 풀어놓았다.

“마 주인이 본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왜 저러나 싶어 내심 섭섭했다네!”

유필주도 표정이 환해졌다.

“마 주인님, 크게 배웠습니다!”

최풍원이 다시 고개를 숙여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럼 다시 얘기를 시작해보십시다.”

마덕출이 흥정을 다시 시작하자고 했다.

마덕출은 공과 사가 분명한 장사꾼이었다. 어떻게 보면 감정이 없는 돌처럼 보였다.  다시 흥정이 시작되자 마덕출의 얼굴에서 좀 전의 훈훈했던 감정의 분위기는 일체 찾아볼 수 없었다. 최풍원은 이런 분위기가 어색하기만 할 뿐이었다. 이제껏 최풍원은 북진본방을 중심으로 임방주들과 거래를 하며 동기간처럼 내 물건 니 물건 구분하지 않고 주고받으며 장사를 해왔다. 그런 분위기에 익숙했던 최풍원은 마덕출의 장사방법이 어색하기만 했다.

“마 주인님, 아까 결정했던 물건들도 첨부터 다시 할까요?”

최풍원이 물었다.

“다른 물건들은 그대로 가고, 안동포하고 버섯가루만 얘기하십시다. 얘기 중이던 버섯가루부터 끝내고 베 얘기를 합시다!”

“버섯가루는 생버섯 기준으로 금을 잡았는데, 그게 과하다면 마 주인께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요?”

“물건은 장사꾼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는 사람들이 정하는 것이오. 나도 내가 정해서 물건을 내놓는 것이 아니고 물건을 살 장꾼들 동향을 알아보고 정하는 것이오. 생버섯이야 기왕에 팔리던 금이 있으니 그때그때 따라 약간의 변화만 감안하면 되지만, 가루는 처음 보는 것이니 버섯이라 해도 다른 물건이오. 그런 걸 무조건 버섯 금으로 쳐서 삼백 냥을 받아야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거래를 말자는 게 아니겠소? 그러려면 물건을 장사꾼인 내개 넘기기 전에 장에 풀어놓고 장꾼들 분위기를 살펴보든가, 빨리 사람들 분위기를 알려면 맛뵈기로 풀어먹여 반응을 보는 게 우선 할 일 아니었소?”

“풀어먹이다니요?”

“맛을 내는 음식이니, 이게 맛이 좋은지 어떤지 여러 사람들 입맛을 알아봐야 하지 않겠소. 그러려면 여기 상필이가 얘기한 것처럼 주막집에 한 번 풀어놔보는 게 좋을 것 아니오?”

“주막집이요?”

“여염집이야 아무리 큰 대가집이라 해도 몇 사람이나 되겠소. 그러니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 입맛을 알려면 하루에도 수 천 명이 오가는 피전골 같은 주막거리가 제격이지 않겠소?”

“피전골이라면…….”

최풍원은 시전에 갔다가 만난 여리꾼을 떠올렸다. 마덕출의 말처럼 그곳에는 수많은 주막집들이 난전처럼 펼쳐져있었고,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그곳이 피전골이었다. 최풍원의 문제는 피전골에 아는 주막이 한 군데도 없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받아 팔아줄 사람이 없으면 죽은 아들 부랄 만지기였다.

“마 주인님, 제가 한양이 처음이니 당연히 그곳에 아는 주막집이 있을 리 없습니다요!”

“그러니 하는 말이요. 팔아줄 사람도 없고 팔릴 지도 모를 물건을 가지고 무턱대고 장에 내오면 어쩌겠다는 거요. 이미 장에 나온 물건들은 오랜 세월동안 사람들이 먹고 써오던 물건이란 말이오. 버섯가루처럼 처음 나오는 물건을 팔려면 우선 그전에 소문부터 내야 하는데, 그러려면 우선 그냥 물건을 풀어야 하오!”

“그냥 풀다니요?”

“사람들에게 내 물건을 알리려는 일인데, 그럼 돈을 받고 먹어보라 할 거요?”

마덕출이 당연한 것을 뭣하러 물어보냐는 식으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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