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하루 일과를 마친 접시가 싱크대 선반 위에 나란히 정돈되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아침이 되면 저마다 반찬을 가득 담고 식탁 위로 올라온다. 저마다 각기 다른 반찬을 담고 있다. 문득 내 인생의 접시엔 어떤 반찬들이 담겨지고 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식탁 위에 잘 정돈되어 차려진 반찬 접시들이 울긋불긋한 시골 마을로 보였다.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의 조화로운 색깔의 지붕처럼 아름답게 배치되어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접시 하나하나가 한 가정이고 식탁이 마을이다. 갖가지 반찬이 담긴 접시가 모여 식단을 조성하듯,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가족을 구성하고, 가족과 이웃이 모여 마을을 형성한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 접시마다 다른 맛과 빛깔의 반찬이 담겨 있다.

접시마다 항상 맛있는 반찬이 담기는 것은 아니다. 이것저것 그때마다 순서대로 담겨지기 때문에 무엇이 담길지는 서로가 알지 못한다. 맵고 짠 음식, 고기, 볶음, 생선, 채소 등 손에 집히는 대로 담겨 올라온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느 땐 쓰고, 어느 땐 달다. 항상 달고 맛있는 음식만 담으며 살 수는 없을 것이다 인생의 참맛을 느끼게 하는 각종 요리가 담길 것이다.

오늘은 어떤 요리가 담길지 흥미롭고 궁금하다. 매일 바뀌어 담기는 인생의 맛 서서히 음미하고 즐겨본다.

때로는 입맛에 맞는 반찬이 담겨 나오기를 마음속으로 기대해 본다. 곤경에 처해 허덕이는 삶이 두려워서일 것이다. 입에 맞지 않는 고통스러운 하루가 될까 두려워서 그렇다. 어떤 일이던 술술 풀려나가는 꿈결 같은 상차림이 되기를 기도도 해본다.

나의 인생 접시는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한창 젊은 시절 불의의 사고로 인해 인생 접시가 이빨이 빠지고 금이 가고 형편없이 망가져 버렸다. 오랜 기간 동안 병원 생활을 하며 파손된 부위를 수리하여 겨우 정상을 찾을 수 있었지만 그 사건이 있은 후 두려움에 떨며 하루하루 좋은 음식만 담겨지길 기도했었다.

오늘은 갈비가 담겨져 나왔다. 연하고 구수한 갈비다. 기다렸던 반찬이라 왠지 모든 일들이 술술 풀릴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적중했다. 원했던 모든 일들이 생각대로 잘 체결되었다. 기분 좋은 하루다.

질기고 맛없는 반찬이 담겨 있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상한다. 불길하다. 하루 종일 몸이 나른하고 좋지 않다. 감기몸살이 올 것 같다. 하고자 하는 일도 되지 않고  뒤엉킨다. 어수선했던 하루다.

앞으로 내 식탁에 올라오는 접시에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 없는 무난한 반찬들만 가득 차 올라오면 좋겠다. 아니다 올라오도록 노력해야겠다. 기다리지 말고 만들어 올리겠다.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다. 사람마다의 접시에 무엇이 담겨 있느냐가 중요하다. 크기도 다르다. 어떤 접시에 어떤 반찬을 담느냐에 따라 맛도 달라질 것이다. 내 인생의 접시는 모나지 않고 깔끔하고 예쁜 접시에 모두의 입맛에 맞는 반찬이 담기도록 해 보아야겠다.

오늘도 멋지게 지지고 볶고 요리하여 나의 인생 접시에 담아 내 놓는다. 많은 사람들을 즐거움과 영양을 줄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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