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물산들 관리하기에도 바빠 눈코 뜰 새가 없는데 정신 사납게 남의 물건까지 위탁받아 팔아주고 그깟 구전 먹는 번거로운 짓을 뭣하러 한단 말인가?”

마덕출이 위탁판매하는 방법마저 거절했다.

“여각이 그런 일을 하는 곳 아닌가?”

“여각이 그런 물건이나 쌓아두고 팔아주는 무슨 난전 헛간인 줄 아는가?”

마덕출이 입장에서는 그러했다. 삼개나루에 오백 섬지기 배 한 척만 들어와도 이천 냥이었다. 서해에서 일천 섬을 실은 바닷배가 들어와도 삼천 냥이었다. 그런데 귀한 물건을 실은 배 한 척이면 적게는 일만 냥에서 수만 냥이 나가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런 물건에 비하면 최풍원이 싣고 내려온 청풍 물산들은 푼돈이었다. 거기에다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물건을 가지고 와 현금을 주고 매입하라니 어이없는 일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장사꾼은 물건을 팔아 이득을 남기는 일이라면 큰일 작은 일을 가리지 않는 것이 생리였다. 그렇다면 다른 무슨 이유가 따로 있을 것이었다. 마덕출이 흥정을 해보려고 하기도 전에 엇나가는 까닭을 알 수 없었다.

“형님, 어떻게 남 얘기는 듣지 않고 내 욕심만 차리려 하시오. 제 체면을 봐서라도 어지간하면 여기 최 대주 물건을 사들이시지요?”

보다 못한 마덕필 선주가 나서며 형님인 마덕출에게 부탁을 했다.

“동생은 장사를 인정으로 하는가? 그러니 그렇게 사는 거엿!”

마덕출이 동생 마덕필 선주를 힐난했다.

“형님은 어찌 그리 섭섭한 말씀을 하시오?”

마덕필 선주의 얼굴에 서운함이 그득했다.

“장사가 내가 살려면 남을 죽여야 하는 호랑이 사냥보다도 무서운 일이여. 그런데 어찌 사사롭게 남의 사정을 다 봐줘가며 한단 말인가. 그렇게 장사하다간 언제 어느 순간 단번에 들어 먹히고 말어! 동생도 이리저리 흔들리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리게!”

무슨 이야기를 해도 마덕출에게는 먹히지 않을 것 같았다. 장사에 관한한 나름대로 자기만의 철칙을 가지고 있어 남의 이야기는 파고들 틈이 없었다. 그런 사람은 그대로 두는 것이 상책이었다. 누가 고치려한다 해서 고칠 수 있는 성질이 아니었다. 그렇다손 쳐도 마덕출 같은 경우는 너무나 외골수였다. 그나저나 최풍원으로서는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떻게든 흥정이 이루어져 물건을 해결해야 하는데 칼자루를 쥐고 있는 여각주인 마덕출이 막무가내로 똥고집을 피우고 있으니 어찌해야할지 막막했다.

“이보게, 맘을 고쳐먹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자네도 이미 살펴보았겠지만 물산들은 최상품들 아닌가. 그러니 다른 상품들보다는 금을 좀 더 쳐주는 것도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그게 아니라면 자네 생각을 이야기 해보게!”

유필주가 다시 한 번 마덕출을 설득했다.

“이보게, 장사를 무슨 인정에 끌려 하는가. 자네도 알다시피 공방에서 쏟아져 나오는 베들로 인해 한양 베 값이 똥값이 된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

마덕출이 유필주에게 되물었다.

“암 잘 알고 있지!”

유필주가 마덕출의 말에 장단을 맞춰주었다.

“그렇다면 아무리 안동포라도 옛날 생각만 하고 받을 금을 다 받으려고 하면 되겠는가? 또 사람들은 듣도 보도 못한 버섯가루를 가지고 와서 생버섯 값으로 환산해 달라니 그런 억지가 어디 있는가? 아무리 시골 장사꾼이라 해도 돌아가는 시황은 알고 덤벼야할 게 아닌가? 그래서 나도 억지를 부려본 걸세!”

그제야 마덕출이 어제와 달리 돌변한 까닭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 그렇지, 난 우리 형님이 뭘 잘못 잡쉈나 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마덕필도 그제야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이보시게 최 대주에게 한마디 조언을 해줄테니 잘 생각을 해보시오. 세상은 엄청나게 달라지고 있소. 억지를 부리고 인정을 내세워 어떻게 물건을 팔아보려는 그런 구태는 우리 시대에나 가능한 일이었고, 이제 최 대주 같은 젊은 장사꾼들은 그런 구태를 확 벗겨내야 더 큰 장사꾼이 될 거요!”

 마덕출이 최풍원에게 장마당이 변화되고 있음을 각인시켜주었다.

“마 주인님, 정말 고맙습니다. 가슴에 깊이 새기겠습니다!”

최풍원은 진정으로 마덕출의 충고가 고마웠다.

“나도 마 주인을 곡해한 점 용서를 하시구랴!”

윤왕구 객주도 마덕출의 속마음을 알고 미안해했다. 윤 객주는 마덕출 여각주인이 최풍원의 물건을 헐값으로 후려쳐 매입하려고 모사를 부린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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