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대주, 흥정할 때는 절대 밀리면 안 돼! 상대방 생각과 옳고 그른 얘기 판단은 하지도 마. 그냥 내 물건을 팔겠다는 생각만 해!”

윤왕구 객주가 최풍원에게 귀엣말을 했다.

“팔릴지 안 팔릴지도 모를 물건을 백 냥에 사는 것도 나는 모험을 하는 것이네. 그러니 알아서 하시게!”

두 사람이 속삭이는 것을 보고 마덕출이 잘라 말했다.

이젠 일백 냥에도 사지 않겠다는 말을 듣고 최풍원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흥정을 하면 할수록 뭐가 자꾸 고랑탱이로 끌려 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만약에 마필주가 버섯가루를 사지 않는다면 그 물건을 다시 싣고 올라갈 수도 없고 설사 실고 올라간다 해도 팔 곳이 없으니 이만저만한 낭패가 아니었다. 최풍원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막다른 골짜기에 갇혀버린 것처럼 막막했다. 어떻게 지금의 곤경에서 벗어나야할지 생각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이미 흥정의 주도권은 마덕출의 손아귀로 넘어가버렸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러지 말고 마주인, 이렇게 하면 어떻겠는가?”

유필주가 중재를 하고 나섰다.

“어떻게?”

마덕출이가 관심을 보였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마 주인은 안 팔릴지도 모를 물건에 투자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최 대주는 버섯 금으로 삼백 냥은 받아야 되는데 금이 너무 차이가 나니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것 아니겠소?”

“그게 아니요! 난 살 생각이 전혀 없소!”

유필주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마덕출은 버섯가루에 관심조차 없다며 매입조차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풍원은 마덕출이 흥정을 하면할수록 왜 자꾸만 엇나가고 있는지 그 속내를 알 수 없었다. 분명 삼개나루에 도착해 마덕필 선주로부터 소개를 받았던 어제까지만 해도 마덕출은 한양에 와 일이 끝날 때까지 자기 여각에 머무르라며 간까지 빼어줄 듯 친절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하루 사이에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돌변했다. 최풍원은 혼란스러웠다. 혼란스러움보다도 더 복잡한 심정은 달라진 마덕출을 어떻게 대해야할지 그것조차도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심적 갈등이 심했다.

“마 주인, 아무리 장사꾼이라 해도 그리 막무가내로 내뻗치면 흥정이 되겠소?”

“난, 그 물건 살 생각이 없다니까!”

“아까 흥정해놓은 물산들도 안 살 거요?”

윤왕구 객주가 이미 흥정을 끝낸 꿀과 청, 약재와 전분, 그리고 백탄은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그것도 팔려면 팔고 말려면 마시오!”

마덕출은 말만 하면 배짱을 부렸다.

“최 대주, 그만 접게나. 저렇게 막 나오는데 무슨 흥정이 되겠는가?”

윤왕구 객주가 파토를 내자고 했다.

“객주 어른 내일은 삼개에서 배를 타고 여주에 들려 곡물을 싣고 올라가야하는데, 어떻게든 오늘은 이 자리에서 흥정을 끝내야하지 않을까요?”

최풍원이 윤왕구 객주에게 걱정스러운 말투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렇긴 하지만, 저렇게 막무가내로 나오니 어쩌겠는가?”

윤왕구 객주도 뾰족한 답이 없었다.

“백 냥은 정말 안 될 일이고, 좀 더 받고 여기서 흥정을 마무리하는 것이 좋을 듯 싶은데 객주 어른 생각은 어떠신지요? 이제 곧 장사도 파장할 텐데 달리 다른 장사꾼을 찾아 흥정을 하기에는 늦은 것 아니겠는지요?”

오히려 최풍원이 윤왕구 객주의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이보시게 최 대주, 이런 방법은 어떻겠는가?”

유필주가 최풍원의 의향을 물었다.

“어떻게 말씀입니까?”

“버섯가루를 일단 위탁판매해보는 것은 어떻겠는가?”

“그건 또 뭡니까?”

“마 주인은 위험부담이 커 매입할 수 없다하니 일단 최 대주네 물건을 맡겨서 팔아보게 한 후 판매가 끝나면 나중에 수수료를 떼고 물건 값을 받아가는 것 말일세. 물건 값을 바로 받을 수 없어 기다려야 하는 것이 흠이지만, 파는 사람은 판매가 되지 않았을 때 왕창 손해를 보는 위험부담을 줄이고, 사는 사람은 헐값으로 물건을 넘기는 것보다 이득을 더 남길 수 있으니 좋지 않겠는가?”

말대로만 된다면 현재로서는 유필주의 위탁판매 방법이 가장 최선처럼 보였다. 유필주가 마덕출에게 다가가 손짓을 해가며 그 방법을 설명하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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