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에서 서울로 향하던 KTX 414 열차가 지난 20일 전기 공급 중단으로 충북 청주시 KTX 오송역 구내에 멈춰 자칫 큰 사고가 발생할 뻔했다. 이날 사고로 경부선 상·하행선 운행이 2시간가량 차질을 빚었으며 뒤따르던 포항 발 서울행 466 열차도 오송역 인근에서 운행을 멈추는 등 상행선 열차 13대의 운행이 지연됐다.

코레일 측이 임시방편으로 하행선을 이용해 교차 운행을 하면서 같은 시간 하행선 열차 역시 14대 가량 지연 운행됐다. 이 때문에 주요 역마다 퇴근길 KTX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대형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코레일은 사고 원인을 철저하게 밝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날 승객들은 열차에 오른 뒤 한참 동안 대기하다가 자세한 설명도 없이 다른 교통편을 이용하라는 하차 요구를 받았다. 승객들의 불만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자칫 퇴근길에 한꺼번에 몰린 승객들의 안전도 위험했다는 점이다.

코레일 측은 긴급 복구에 나서 이날 오후 6시 54분에서야 전기 공급이 정상화됐다. 하지만 장애 여파로 운행 지연은 21일 새벽에나 풀렸다. 중요한 것은 원인분석이다.

코레일은 20일 발생한 고속철도 오송역 인근 전차선 단전사고와 관련, 충북도가 시행한 고가도로 신설 공사가 원인으로 잠정적으로 드러났다고 21일 밝혔다. 코레일은 오송역 전차선 단전의 장애 원인에 대한 초동조사 결과 철도시설공단의 승인을 받아 충북도가 발주한 다락교 고가도로 신설 공사의 시공업체가 20일 새벽 일반 조가선을 절연 조가선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조가선을 부실 압축해 단전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조가선은 전차선을 같은 높이 수평으로 유지하기 위해 지탱해주는 전선이다.

이 공사는 다락교 관련 전차선로 개량공사로 발주처는 충북도 도로과이며 철도시설공단의 승인을 받아 지날 달 1일부터 오는 29일까지 공사 중이다. 코레일은 이번 장애와 관련해 공사 시행 주체인 충북도에 열차, 시설, 영업 피해 등을 전액 구상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설사 충북도의 책임이 있다고 해도 코레일 역시 책임을 비켜갈 수 없다. 코레일은 사고원인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파악해야 한다. 열차운행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공사는 코레일 또는 철도시설공단이 직접 시행할 수 있도록 철도건설 및 횡단시설 관련 수탁업무 관리지침 등 관련 법령 개선을 했어야 한다. 이제 와서 법령의 보완을 적극적으로 건의한다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겠다는 의도와 다르지 않다. 법령의 문제가 있었다면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개선하도록 노력했어야 한다.

충북도는 조가선 교체공사는 매우 전문적이어서 사고원인을 충북도가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영업피해 보상 등은 정밀조사 결과 나온 뒤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정호가한 조사 결과 충북도의 실책이 밝혀지면 당연히 피해보상을 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무엇보다 코레일이 보완하겠다는 법령의 문제점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철로운행과 관련 있는 전문적인 공사는 코레일이나 철도시설공단이 직접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서로 누구 탓이라고 책임을 회피하기 전에 우선 고객들에게 최대한의 피해보상을 진행하고 향후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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