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중국 7대 고도의 하나인 항주시는 남송의 옛 수도이자 절강성의 성도이다. 인구는 천만명, 비단과 용정차, 서호, 경항대운하 등이 유명하며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상공업이 발달했지만 생태환경과 역사문화가 잘 간직된 생태문화도시다. 한번은 녹색청주협의회 연수단을 이끌고 생태환경탐방을 다녀왔고, 또 한 번은 가족들과 함께 상해~항주~황산 간 패키지여행을 다녀왔고, 이번엔 항주시가 개최한 H20 세계강도시정상회의(Global River Cities Summit)에 초청을 받고 다녀왔다.

‘녹색절강’ 활동가들과 몇 년째 교류하며 친분을 쌓아 오던 터라 항주는 중국 도시들 중에서 비교적 친숙한 곳이다. 그런데 그간 느꼈던 항주의 면면은 볼수록 놀라웠다. 샤오산 공항에 도착하니 녹색절강 친구들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자율주행이 가능한 고가의 테슬라 전기자동차를 가지고 왔다. 스포츠카처럼 얄상하게 생겼지만 소리도 내지 않고 매연도 뿜지 않았다. 차도 그렇지만 차의 주인이 보여준 성의가 대단했다.

항주는 물의 도시이다. 전당강 하류의 삼각주에 형성된 도시이기에 강문화가 발달됐다. 북경까지 이어지는 경항운하의 끝부분에 위치한다. 공진교서 부근에는 광장과 역사거리, 공예·부채·우산 등 박물관 클러스터가 조성돼 활기가 넘친다. 대부분 옛 공장과 창고들을 재활용해 만들었다. 강도시 답게 물환경 개선을 위한 활동도 활발하다. 녹색절강을 중심으로 ‘전당강 벽화그리기 대회’와 ‘단체로 강에 뛰어들기 행사’를 펼쳐오고 있다. 전당강살리기운동은 중국 전역에 강보전활동의 모델로 부각돼 있다. 습지도 잘 관리하고 있다. 서호는 2천년 전 조성된 인공호수로 수많은 문인묵객의 찬사를 받아 온 아름다운 호수이다. 도시, 농경, 문화가 융합돼 있는 시시습지는 국가습지공원 1호로 지정돼 있으며 11.5㎢의 면적 중 20여%만 개방한다. 항주는 녹색 교통의 도시이기도 하다. 8만3천여 대의 공유자전거가 운영되는 세계 최대의 자전거도시이다. 지리정보시스템과 연계한 스마트 관리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중국 전역의 공유자전거 관리의 허브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전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체계가 교통서비스의 기본을 감당하고, 자전거는 시민들의 근거리 이동 편리를 제공한다. 소리 나는 오토바이는 모두 사라지고 전기 오토바이로 대체됐다. 도로변엔 완충녹지가 조성돼 있고 고가도로의 가장자리에도 식물을 식재하고 있다. 도로와 거리는 매우 깔끔하다. 이 도시에는 저탄소과학기술관이 건립돼 운영되고 있다. 

중국 도시들의 환경관리 정책은 상당히 선진화됐다. 어쩌면 우리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지속가능한 녹색도시의 모습을 짧은 기간에 앞서서 구현해가고 있다. 사회주의체제이기에 국가가 정책적 방향을 결정하면 도시는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시정책은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쳐 이뤄질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정책 결정의 자율성과 재정 자립도가 충분히 보장되고 있지도 않다. 녹색도시로의 전환은 훨씬 복잡하고 지난하다. 하지만, 중국 도시들이 부러워하는 것이 우리에게 있다. 지방자치와 시민운동 경험이 있고, 그 속에서 성숙해 온 협치역량이 있고, 시민들의 참여 의지와 역동성이 있다. 청주시는 대한민국의 녹색수도를 표방했고 생명문화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실현이 조금 더딜 뿐… 항주 보고 놀란 마음은 가슴에 담아두고, 우리가 가진 방법으로 가야할 길 뚜벅뚜벅 가면 되는 것이다. 배울 것은 배우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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