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새해 첫 인사는 실패로 확인됐다. 사퇴 압력을 받아온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결국 자진 사퇴했기 때문이다. 도덕성 결여로 인한 자격미달이 가장 큰 원인이다. 정부의 막중한 직책을 부여받은 인사가 임명 5일 만에 낙마했다. 임명 직후부터 쏟아진 비판을 고려하면 조기 퇴진은 어쩌면 적절한 귀결이다. 그러나 국가적으로 안타까운 사태다. ‘인사(人事)’는 조직의 능동적 구성요소인 인적 자원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발휘케 하는 데 있다. 또 그들 스스로 최대 성과를 달성토록 해 인간으로서 만족을 얻게 하려는 일련의 체계적인 인간관리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인사는 만사로 통칭된다. 충북도 고위직 인사가 미적거리며 당초 예상 시점보다 20여일이나 늦어지고 있다. 기본적인 틀은 잡혔지만 피치 못할 속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사는 너무 늦어지면 의도보다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때가 많다.

과감한 인사 필요한 시점

광역자치단체의 고위직 인사는 늘 행정자치부와 인사교류가 문제다. 충북도 역시 그동안 이사관급 교류에 대해 신경을 써 왔다. 당초 이종배 기획관리실장의 행자부 전출은 기정사실로 공인됐다. 그 자리에 충북 출신 행자부 인사 1명이 전입하는 것으로 인사교류가 추진됐다. 그러나 그 인사의 거절로 한 때 원점으로 돌아갔다. 우여곡절 끝에 전입이 결정됐지만 인사는 웬일인지 자꾸 늦어지고 있다. 결국 인사교류를 둘러싼 불협화음은 전체 인사지연의 단초를 만들었다. 인사 밑그림은 다시 교육대상자 선정부터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도내 부이사관급 이상 고위직은 대부분 교육경력이 있다는 데 어려움이 있다. 교육 재파견이 일반화되지 않은 충북에서 교육대상자 선정은 자칫 좌천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충북에서 직급별 장기교육파견은 한번이 관행처럼 여겨져 왔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교육대상 선정 결과는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 실장의 행자부 전출이 매듭지어 지면서 박환규 전 도의회사무처장과 박경국 전 국제통상국장 후임으로 누가 교육을 갈 것인지가 관심거리다.

몇몇 부이사관·서기관급 인사가 거명되고 있지만 아직 정해지진 않았다. 그러나 이번 인사의 핵심은 이사관 자리인 기획관리실장과 충북도의회 사무처장 배치에 있다. 물론 인사권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이 지사의 행마(行馬)가 최대 관심사다.

인사는 대개 연공서열이나 발탁 인사로 구분된다. 이미 오래 전부터 누가 발탁되고, 그 자리에 누가 간다는 하마평이 무성하다.

그러나 인사는 소문과 비슷할 때도 있지만 아주 다를 때가 많다. 왜냐하면 인사권자를 제외한 대부분이 인사 대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2명의 부지사(행정·정무)를 비롯, 본청 국장급은 물론 산하 사업소장까지 포함된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지금까지 대부분 연공서열을 더 중시하는 듯했다. 또 그런 인사가 비교적 무난했다는 평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변화와 개혁이 화두인 시대다. 자격을 갖춘 사람이 있다면 발탁하는 데 인색해선 안 된다. 수직이든, 수평이든 상관없다. 능력과 전문성을 배려한 과감한 인사는 연공서열에 의한 인사보다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지사는 임명직 지사를 포함해 상당기간 충북도지사직을 수행해 오고 있다. 누구보다 도내 공무원들의 능력과 자질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과감한 인사실행 역시 가능할 것으로 본다. 단지 숨통을 틔우는 인사를 위한 인사보다 능력과 전문성에 맞는 적극적인 인사가 중요하다. 가능하면 이 지사의 남은 임기동안 같은 자리에서 일할 수 있으면 더욱 좋다.

지도자 성공 참모가 담보

인사권자의 최고 능력은 적재적소에 사람을 최대한 배치하는 세밀함이다. 최고의 인사관리 목표 역시 구성원을 최대로 활용, 최고로 만드는 인력배치 작업에 있다. 그러나 가끔은 인사가 인사권자 본인을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특히 지자체장 등 선출직 공무원이 대거 등장하면서 선거와 연관된 선심성 인사가 많아지고 있다.

충북도 기획관리실장이나 충북도의회 사무처장은 최고의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상호 이해관계에 의한 전문성 없는 인사의 낙점은 충북도를 후퇴시킬 수밖에 없다. 차기 선거를 우려한 포석으로 비춰지면 더욱 위험하다. 충북도의 인재풀 한계성을 모르는 바 아니다. 적을수록, 부족할수록 지혜롭게 운용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리트머스 테스트의 기준도 면밀히 점검, 인재를 골라낼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을 고르고 나누는 일이 ‘편편이 명작이고 나날이 감동’일 순 없다. 하지만 유능한 참모 1명은 교활한 책사와 달리 지도자의 성공을 담보한다. 그 게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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