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가장 신뢰 할 수 있는 기관은 사법부여야 한다. 사법부가 사사로운 이득을 두고 거래한다던가 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국민이 믿고 의지할 곳이 없어지는 셈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을 넘어 사법부의 농단이 공공연하게 이뤄졌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재판거래 사실이 확인된다면 당연히 법관 탄핵을 해야 한다.

19일 진행된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는 재판거래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된 법관의 탄핵 소추를 판사들이 선제적으로 국회에 촉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각급 법원의 대표 판사들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대표회의)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현직 판사들에 대해 징계절차 외에 탄핵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법관대표회의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불거진 행위가 징계절차 외에 탄핵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위반 행위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는 입장을 냈다. 법관들의 탄핵소추 결의는 당연한 일이다. 법관들이 엄연한 범죄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내 식구 감싸기 형태로 침묵한다면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법관들이 탄핵소추를 요구한 만큼 국회의 후속 조치도 빨라져야 한다. 판사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의 동의로 발의가 가능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박 전 대법관을 상대로 징용소송 재판거래 등 여러 의혹에 사법부 수뇌부가 얼마나 관여했는지 밝혀내야 한다. 박 전 대법관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국고손실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다. 사법농단 의혹 수사가 시작된 이래 검찰에 공개 소환된 전직 대법관은 박 전 대법관이 처음이다.

국민들이 법원에 대한 믿음을 다시 회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면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면서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 일제강제징용에 대한 법관들의 재판거래 의혹은 단순한 사익을 넘어 국익을 해치는 일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경위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법원행정처장으로 재직하며 양 전 대법원장을 보좌해 사법행정 전반을 총괄한 당사자로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형사재판, 옛 통합진보당 국회·지방의회 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 등 여러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014년 10월 소집한 이른바 ‘2차 공관회동’에 참석해 청와대·외교부와 징용소송의 처리 방향을 논의한 정황도 드러났다. 헌법재판소와 위상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헌재 파견 법관을 통해 재판관들 평의내용과 내부동향을 수집하는가 하면 청와대를 이용해 헌재를 압박하려 시도한 혐의도 있다. 이미 구속기소 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도 30차례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적시됐다.

박 전 대법관의 혐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법농단의 사례다. 이 같은 혐의가 어느 정도 밝혀진 만큼 관련자들은 탄핵해 사법부의 정의가 바로 서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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