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율 하락과 동시에 한동안 천정부지로 치솟기만 하던 국제 원유 값도 떨어지고 있다. 지속되는 환율 하락으로 수출업체들은 수출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손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공공요금 인상에 앞장서 얇아질 대로 얇아진 서민들의 지갑은 바닥나기 일보 직전이다. 그런데 국제 원유 값이 계속 떨어져도 국내 기름 값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던 때와 비교해 소폭으로 떨어지는데 그치고 있다.

기름을 원자재로 하거나 수입하는 자재 값이 하락해 제품 원가는 분명 떨어지는데도 각종 제품 가격은 오히려 오르거나 요지부동인 것은 어찌된 일인가.

우리에게 가장 밀접한 휘발유 값만 해도 그렇다. 환율 하락과 국제 원유 값 인하라는 호기에도 불구하고 ℓ당 1천3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원유 값이 배럴당 50달러에 육박했을 때나 40달러 초반대로 하락했을 때, 환율이 1천200원대에서 1천원 대로 떨어졌어도 소비자 가격은 ‘코끼리 비스켓’ 정도 하락했을 뿐 큰 변동이 없다.

일부 정유사들이 가격을 조금씩 내리기는 했으나 원유 값이 오를 때마다 동반 상승하던 때와 달리 인하 폭이나 속도는 그 차이가 현격해 소비자들이 기름 값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정유업계가 유가 급락과 환율 하락에도 국내 석유제품 가격 인하 속도를 느리게 하고, 그 폭도 얼마 되지 않고, 원유값 인상에 따라 동반 상승했던 갖가지 공산품 가격 인하도 거의 없다.

바로 얼마전 원자재 값 상승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가격이 줄줄이 오른 제품 가격에 인하 요인이 발생했음에도 요지부동인 것은 그들이 환율 하락과 국제 원유 값 인하를 통해 잇속만 챙기고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

지난 해 말과 올 초부터 버스·택시, 담배, 수업료, 상수도 등 공공요금이 일제히 인상되거나 예정돼 있다. 지금도 힘든 판에 생필품 가격 인상으로 우리 서민들이 내뱉는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기름 값 조정에 나서거나 서민 생활과 직결된 공공요금, 생활 필수품에 대해 가격을 인하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정부가 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3%대 초반으로 잡겠다고 발표한 것은 국민과의 약속이다.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공공요금부터 인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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