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징수효과를 높이기 위해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을 공개하고 있지만 고소득·지도층 인사들의 체납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1천만원 이상 지방세를 1년이 넘도록 내지 않은 고액·상습 체납자 9천403명의 명단을 14일 공개했다. 이들이 내지 않은 세금은 5천340억원에 이른다.

충북은 개인 185명 63억원, 법인 112개 57억원 등 297명(개)이 120억원을 체납했다. 대전시는 개인 169명 80억400만원, 법인 73개 40억5천400만원 등 모두 120억5천800만원이다. 충남은 개인 516명 170억8천100만원, 법인 192개 90억7천만원 등 총 261억5천만원을 내지 않았다.

이날 공개된 지방세 체납자 명단에는 최대 100억원대에서 수십억원의 세금을 교묘한 수법으로 길게는 10여년째 납부하지 않는 악성 체납자가 수두룩했다. 주소지에 살지 않으며 고지서를 고의로 수령하지 않거나, 아예 잠적해서 전화 통화가 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했다. 해외로 도피해 수년째 돌아오지 않는 체납자도 있다. 소재지가 확인되더라도 납부 의사가 전혀 없이 ‘배 째라’는 뻔뻔한 이들도 많다.

이들 고액 체납자 상당수는 회사나 사업이 청산되어도 가족들이나 배우자 명의로 수십억원대의 아파트를 갖고 있는 등 재산을 은닉해 놓고 호화 생활을 한다. 값비싼 외제차를 끌고 다니고 해외 여행할 돈은 있어도 세금 낼 돈은 한 푼도 없다고 우기는 것이다.

간혹 세금 징수관들이 주거지를 급습해 거액의 현금과 유가증권, 귀금속 등이 쏟아져 나와 선량한 국민들의 공분을 산 사례도 부지기수다.

문제는 지자체마다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체납과의 전쟁을 벌이지만 큰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다.

특히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 발표는 공개적인 망신주기로 탈세와 체납의 부도덕성을 알리고 납세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도입됐지만 징수 실적은 미비하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 때 국세청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명단 공개가 시작된 2004년부터 2017년까지 고액·상습체납자의 체납액이 총 102조6천22억원에 달했다. 이 기간 6만6천977명의 신상이 공개됐지만 징수 실적은 1조1천555억원에 그쳤다. 징수율은 1.1%에 불과하다. 체납자 명단공개제도가 실효성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고액·상습체납자에 대한 명단 공개만으로 징수율 제고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지자체들은 자동차 번호판 영치, 금융재산 압류, 부동산·동산 공매 등을 활용해 징수 활동에 나서지만 골머리만 아플 뿐 성과는 시원찮다.

탈세는 국가와 지방 재정을 좀먹는 행위다. 좀 더 강력한 은닉재산 추적을 통해 불법이 드러나면 형사처벌로 신체적인 구속도 동원할 필요가 있다.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일반 국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갖지 않도록 사법적 근거가 뒷받침 된 고강도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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