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박사

어느새 11월도 중반을 향해가고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단풍나무는 노랗게 빨갛게 물들어 화려함을 뽐내지만 바닥에 떨어져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단풍잎을 바라보며 나는 갑자기 비육지탄의 마음이 들었다. 비육지탄의 의미를 살펴보면 넓적다리 비·고기 육·갈 지·탄식할 탄 자 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말로 유비가 세력이 커진 조조에게 패하고 본인의 신세를 한탄하며 한 말이다. 유비가 군사를 일으킨 후 여남에서 조조와 싸워 크게 패하고 갈 곳도 없었던 유비는 잠시 형주 자사 유표에게 의지하고 지내던 어느 날 유비가 유표의 초대를 받아 연회에 참석하였는데, 변소에 갔다가 자기 넓적다리에 살이 붙은 것을 보게 되었다. 순간 그는 슬픔에 잠겨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자리에 돌아온 뒤 유비의 눈물자국을 본 유표가 그 연유를 묻자 유비가 대답했다.

“언제나 몸이 말안장을 떠나지 않아 넓적다리에 살이 붙을 겨를이 없었는데 요즈음은 말을 타지 않았더니 넓적다리에 다시 살이 붙었습니다. 세월은 사정없이 달려서 머지않아 늙음이 닥쳐올 텐데 아무런 공업도 이룬 것이 없어 그것을 슬퍼한 것입니다.”

유비는 허송세월에 대한 자기반성과 보람 있는 일을 하지 못하고 세월만 보내는 것을 한탄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늘도 아침 TV뉴스에서는 경기침체로 인한 청년실업률의 증가에 대하여 정부 그리고 여당과 야당의 상호 입장과 서로가 책임을 회피하기위한 상호공격이 계속되고 있었다.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은 10%대에 이르고 있다.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고 반성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고 소득은 점점 줄어들고 가게부채는 심각하다.

또 다른 뉴스는 한 기업인이 400억원대 탈세를 하고도 황제보석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참 황당한 뉴스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이다. 간암 3기라는 이유로 병보석을 신청한 그는 현재까지 약 7년째 병보석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드러난 기사내용을 보면 그는 매일 술을 마시고 흡연을 한다고 했다. 일반인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될 수 없는 특혜이다.

TV에서 전해지는 씁쓸한 뉴스는 나의 마음을 더욱더 답답하게 하였다. 나는 지난주 토요일 소확행을 꾸며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불경기라고 하지만 공항에는 가을여행을 떠나는 많은 여행객들로 붐비었다. 제주로 골프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참 많았다. 소확행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만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을 소확행이라고 표현했다.

제주의 거리풍경은 확실히 다르다. 곳곳의 야자수나무가 이국적이고 노랗게 익은 감귤은 탐스럽고 예쁘다. 월정리 해변가의 작지만 예쁘고 운치있는 카페에서 조각케이크 한 조각과 함께 마시는 카페라떼 한잔에서 깊어가는 이 가을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나만의 소확행을 맛본다.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코미디”라고 말했다. 우리모두 인생을 멀리보며 즐기며 재미있게 베풀며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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