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선주는 내가 윤 객주에게 맞아 병신 되기를 고대하는구먼! 상필이 어떻게 팔 생각인가?”

마덕필이 아무리 능글거려도 유필주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우리 어물전에서 물건을 대주는 피전골 음식점이나 주막에 일단 조금씩 넣어볼 생각이라네. 아무래도 소문을 내려면 그게 그중 빠르지 않겠는가?”

“그것 참 좋은 생각이네!”

“그런데……”

상필이가 또 주저거렸다.

“왜?”

“일단 사람들에게 소문을 내려면 처음에는 그냥 좀 나눠줘 맛을 보게 해야할텐데 그것도 문제고, 팔릴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물건을 큰돈 들여 무작정 살 수도 없는 일 아니겠소?”

어물전 상필이가 윤왕구 객주에게 물었다.

“물건을 보고 마음에 들면 매입을 해서 파는 것은 장사꾼 몫이지 어째 나중 일까지 물건 주인에게 전가를 한단 말이오. 아닌 말로 확실하게 잘 팔리는 물건이라면 장사꾼이 밑질 일이 뭐가 있겠소이까?”

윤왕구 객주가 자신이 손해 볼 일은 피해가려고 하는 어물전 상필이를 힐난했다.

“윤 객주,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소. 이런 물건은 처음이니 서로 상론을 해야 옳을 듯 싶소이다. 이보시게 최 대주, 무조건 넘기겠다는 생각보다 먼저 그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할 듯하네. 기존에 거래가 되던 물건이라면 기존의 거래방법에 따라 그대로 다르면 되겠지만, 이런 물건은 처음 장에 나오는 것이니 처음부터 단단히 채비를 해서 결정해야하지 않겠는가?”

유필주가 최풍원의 의향을 물었지만, 실상은 이렇게 해야 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객주어른, 잠시 생각을 좀 해봐야 할 일입니다.”

최풍원이 조금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최풍원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버섯가루는 최풍원의 물건이 아니라 영월 맏밭나루 성두봉의 것이었다. 물론 성두봉이 북진본방에 위탁을 맡긴 물건이니 최풍원이 처리해도 별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삼개나루 어물전 상필이 이야기를 들어보면 물건을 사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일단 물건을 풀어 먹여보고 그 다음 반응을 보고 사겠다는 이야기였다. 상필이로서는 알 수도 없는 물건을 무턱대고 샀다가 낭패를 보는 위험한 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상필이 입장에서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물건을 가지고 온 최풍원으로서도 상필이 입장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그 의견을 받아들일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제일 먼저 마음에 걸리는 문제는 물건을 맡겨놓고 북진본방에서 이제나저제나 최풍원을 기다리고 있을 성두봉 입장이었다. 어느 정도 버섯 값을 받으면 성두봉은 그 돈으로 쌀을 사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영월로 갈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었다. 그런데 버섯가루를 팔지 못해 빈손으로 돌아간다며 성두봉과 마을사람들의 낙담이 이만저만이 아닐 터였다. 또 하나는 북진본방과 한양은 멀리 떨어져있어 지척처럼 드나들며 물건이 팔리는지 어쩌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그런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최풍원이 한양에 남아 그것이 다 팔릴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형편도 아니었다. 최풍원으로서는 어떻게 하든 처분을 해서 팔고 가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러나 돌아가는 형세를 보니 그것은 어려울 듯싶었다.

“이봐 상필이, 이 물건들은 모두 우리 형님이 사려고 하는 물건일세. 그런데 물건 주인이 자네들을 데리고 왔으니 내가 어찌 할 일은 아니지만 우리 형님과 상론을 해보는 게 어떻겠나?”

마덕필 선주가 쉽사리 결정이 날 것 같지 않자 최풍원과 어물전 상필이 사이에 끼어들며 중재를 했다.

“장형은 어디 있는가?”

“지금은 출타중이라 저녁 느지막해서나 여각으로 돌아올 것 같으이. 그러니 그때 여각에서 만나보는 게 어떻겠는가?”

마덕출이가 어물전 상필이에게 제안했다.

“그것이 좋겠네. 그럼 다들 그대 유 선주 장형 여각에서 만나 얘기해보는 것이 어떻겠소이까?”

어물전 상필이가 모두에게 물었다.

“그럼 윤 객주와 최 대주는 그동안 나와 함께 공방이나 둘러보세!”

유필주가 마덕출 여각주인이 출타에서 돌아올 동안 공방을 구경시켜주겠다며 나섰다.

“공방을 아무나 들어가 구경할 수 있단 말인가?”

윤왕구 객주가 물었다.

“그런 공방이 아닐세!”

“그런 공방, 이런 공방이 있다는 말인가?”

“따라와 보면 아네!”

유필주가 더는 말도 하지 않고 두 사람을 앞장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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