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필이 자네는 어찌할텐가?”

마덕필이의 비아냥 따위는 관심도 없다는 듯 유필주가 상필이 의향을 물었다.

“난, 저 버섯가루를 좀 살까 하네. 그런데……?”

어물전 상필이가 관심을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찜찜해했다.

“왜 그러시지요?”

“나는 어물장사라 저런 물건은 처음이고 어떻게 금을 매겨야 하는지 도통 감이 오지도 않고…….”

상필이는 물건에 관심을 두면서도 막막한 표정이었다.

“저거 한 자루가 생버섯으로 치면 육백 근쯤 됩니다.”

“저거 한 자루가 그렇게나 많단 말이오? 그럼 값도 꽤 나가겠소이다.”

“전부 다 하면 육천 근이니 한 근에 닷 푼을 받는다 해도 삼백 냥이오.”

최풍원이 뭉텅그려 얘기했다.

“저게 쌀보다 비싸단 말이오?”

“쌀은 섬으로 하는 것이고, 버섯은 근으로 하니 딱히 그렇다 할 수는 없지 않겠소이까? 버섯 한 섬 갈아야 가루 한 되 나올까 말까요. 그런데 저 자루 하나에 가루 무게만 닷 관이요. 부피로만 한다면 저거 버섯 한 자루가 쌀 수십 가마요. 그러니 비싸다고만 할 수는 없지 않겠소?”

윤왕구 객주가 어떻게든 상필이와의 거래를 성사시켜보려고 옆에서 거들었다.

“요기가 되는 것도 아니고, 저럼 비싼 것을 누가 먹을라나?”

곁에서 듣고 있던 유필주가 초를 쳤다.

“내 물건 만들 생각 아니면 가만있게!”

 윤왕구 객주가 핀잔을 주었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부치라는 말도 있잖은가?”

“지금 자네는 흥정을 부치려하는 게 아니라 깨려는 심사니 하는 말이네!”

“내가 그걸 깨서 무슨 득이 있다고 그러겠는가?”

유필주가 머쓱해하며 윤왕구 객주에게 방파매기를 했다.

“그러니 하는 말일세! 내가 먹을 음식 아니라고 되나가나 지껄이다 병신 된 놈 얘기 들어보지도 못했는가?”

“뭘 그렇게까지 얘기를 하는가?”

유필주가 기분이 나빠 인상이 구겨졌다.

“그 얘기 좀 해보게! 왜 병신이 됐는지 얘기 좀 들어보게.”

당사자만 아니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것이 싸움 구경과 불구경이었다. 마덕필이가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윤왕구 객주를 부추겼다.

“우리 동네에서 있었던 얘기여. 지 놈은 마을사람들에게 음식 한 번 내지도 않는 놈이 이웃 잔치집은 빠지지 않고 다니면서 사사건건 남의 음식을 타박하는 놈이라 밉상을 받는 놈이었어. 어느 날 동네에 잔치가 있는데 그날도 어김없이 나타나서는 음식을 게걸스럽게 처먹더니 느닷없이 국그릇에 파리가 빠졌다며 쳐들고 동네방네 소리를 지르는 거여. 그동안 굶주리다 모처럼 기름진 음식을 만나 맛있게 배를 채우려던 사람들이 그 놈 소리에 맛이 뚝 떨어져 모두들 숟가락을 내려놓고 말았구먼. 그런데 사람들이 가만히 생각하니 저는 잘 처먹고 나서 파리가 나왔다고 지랄을 떤 그놈이 괘씸한 거여. 맛있게 먹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생각했다면 슬쩍 모르는 척 건져내놓아도 될 것 아니겠어. 그런데 소리를 질러대며 남까지 못 먹게 한 고약한 그놈 심보를 이번에는 고쳐줘야겠다고 동네사람들이 합심을 해서 마당에 끌어내서는 작신 밟아버린 거여. 팔도 부러지고, 다리도 부러지고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그놈이 그날 이후 다시는 여러 사라 있는데서 음식 타박을 하지 않더라는 얘기여!”

“나도 그렇게 병신을 만들 참인가?”

유필주가 윤왕구 객주을 보며 빙긋빙긋 웃었다.

“내 일 아니라고  아무렇게 막말 하지 말라는 얘기여!”

“상필이, 그 버섯가루를 사면 어찌 팔 생각인가?”

유필주가 어물전 상필이에게 물었다.

“유 객주가 병신된 놈 얘기를 듣고도 정을 못 다시고 또 저러내. 아무래도 오는 다리든 팔이든 부러지게 생겼구만!”

마덕필이가 부추겼다.

“그게 아니고 장사꾼이 물건을 사려 한다면 팔 방도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난 그걸 물어보는 것일세!”

유필주가 서둘러 자신이 말한 의도를 실토했다.

“병신 될까 겁이 나기는 하는가보구만!”

마덕필이가 계속해서 느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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