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와 함께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를 돌아보면 국내·외적으로 역사에 획을 그을만한 커다란 사건도 많았고 갈등도 컸던 한해였다.

갑신년은 원숭이의 해에 대한 속설만큼이나 우여곡절과 함께 희비가 엇갈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해였다. 자연은 분쟁에 휩싸인 인간에게 저주를 내리기라도 하려는 듯이 연말을 재앙으로 물들게 했다.

지난해는 죽음에서 살아남은 자의 악몽처럼 돌아보고 싶지 않을 만큼 사고와 갈등으로 얼룩진 해였다. 당동벌이(黨同伐異)라는 말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부닥치며 싸우다 해를 보낸 한해였다. 그러나 올해는 과거의 모든 어려움과 갈등을 극복하고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새롭게 발전하는 희망의 새해가 됐으면 한다.
 
사회갈등 해소 용기 줬다

올해는 어두움을 물리치고 홰를 치며 높이 솟아오르려는 닭처럼 희망과 도약의 한해가 됐으면 한다. 지난해의 갈등이 크고 어두움이 짙었기 때문에 소망도 그 만큼 클 수밖에 없다.

내일도 태양은 떠오르듯이 오늘의 고통 속에서도 내일의 희망을 노래해야 한다. 희망이 없는 삶은 죽음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과거를 탓하며 미래를 어둡게 하는 일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다.

시냇물 모여 강물을 이루듯 작은 것에서부터 희망의 불씨를 지펴나가야 한다. 그러한 본보기가 생명평화협의회와 충북토지개발공사가 이뤄낸 원흥이 방죽에 대한 타협이다. 그 합의는 단순히 두꺼비라는 양서류를 살리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고 용기를 준 무엇보다 값지고 의미 있는 일이었다.

이는 두 단체의 인내의 결실로 지난해의 백미(白眉)였다. 그 타결은 분열로 고통받는 시민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다는 점에서도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생명경시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에 대한 생명존중 의식을 높였다는 점도 높이 살만한 일이었다.

어느 곳을 보아도 자신의 주장만을 앞세우며 나뉘어 다투고 있는 현실에서 힘겹게 얻어낸 소산이었기에 합의의 의미는 더욱 크고 빛을 발할만한 일이었다.

원흥이 방죽의 해결은 환경과 개발이라는 난제를 풀었다는 점에서도 갈채를 받을만했다. 처음에 두 단체사이의 견해차는 너무 커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듯 했다. 따라서 문제를 지켜보고 있던 시민들은 불안했다.

불안을 넘어 실망스러워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단체는 소망을 저버리지 않고 합의를 끌어냈다. 산고 끝에 얻어낸 합의야말로 그들의 승리만이 아니라 두꺼비와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주기에도 충분한 쾌거였다.

원흥이 방죽의 해결은 행정수도의 이전 문제 등으로 허탈해하고 있는 시민들에게도 적지 않은 위안과 심리적 안정을 준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이는 청주시가 세계 금속활자의 발상지로서만이 아니라 생명존중과 평화의 정신이 살아 숨쉬는 도시라는 인식을 높이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화합 다지는 밑거름 되길
 
오늘 우리사회가 바라는 것은 바로 그처럼 사회에 희망과 용기를 주는 상생과 화합의 정신이다. 지난해의 어려움을 되새기며 양보와 타협으로 그와 같은 정신을 살려낼 때 새해에는 희망이 가득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원흥이 방죽의 소중한 경험과 결실은 사회에 깊어진 반목과 갈등의 골을 메우고 화합을 다지는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

작은 원흥이 방죽의 승리는 생명존중과 평화의 정신의 본보기로 방죽의 파문처럼 그 지경을 무한히 넓혀 나갔으면 한다. 그 정신은 원흥이 방죽이 생명존중의 발원지로서만이 아니라 그러한 상징적 의미를 지닌 기념비적인 곳으로 보존되게 하는 결실로 이어졌으면 한다.

원흥이 방죽의 생명에 대한 사랑과 실천운동은 광복 60주년을 맞는 뜻 깊은 올해를 국운융성과 번영의 새로운 초석을 다지며 온 누리에 평화의 싹을 트게 하는 희망의 원년이 되게 했으면 한다.

황 문 수  < 충청대학 영어통역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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