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수(隋)나라가 천하를 통일하기 전에 대륙 남쪽에는 여섯 나라가 세력을 겨루고 있었다. 그중 마지막으로 망한 진(陳)나라에 관한 일화이다.

553년 진숙보(陳叔寶)는 진(陳)나라 효선제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15세에 태자에 올랐다. 서른 살이 되었을 때 부친 효선제가 죽었다. 장남 진숙보, 차남 진숙릉, 삼남 진숙견은 이날 서둘러 궁궐에 들어갔다. 그리고 엎드려 통곡을 했다. 그 순간 진숙릉이 딴 마음을 품었다. 몰래 칼을 꺼내 곡을 하고 있는 태자 진숙보의 목을 내리쳤다. 상처는 깊었지만 다행히 진숙보는 목숨을 잃지 않았다. 즉각 태자의 호위장군들이 진숙릉을 공격하여 현장에서 죽였다.

이런 난리 끝에 진숙보는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목에 상처로 인해 정사를 처리할 수 없었다. 그래서 동생 진숙견에게 정사를 위임하였다.

본래 진숙보는 궁궐 여자들 손에서 자란 탓에 백성의 어려움이나 정치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신하들이 애를 써서 가르쳐주어도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다. 완전 돌대가리였던 것이다. 그저 사치를 부리고 술이나 마시며 방탕하게 노는 것만 잘했다. 그로 인해 궁궐 한가운데 연못을 만들고 그곳에서 술과 놀이에 빠져지냈다. 진숙보는 미녀 장려화를 총애하였다. 신하들이 나랏일에 대해 물으면 장려화를 무릎에 앉히고 그녀에게 결정하도록 했다. 그녀로 인해 간언하는 신하는 모두 목이 달아났다. 하루는 비서감이 참다못해 상소를 올렸다.

“폐하께서 항상 주색에 빠져 지내시니 간신들이 곁을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 틈에 환관들이 권력을 남용하고, 간언하는 신하는 모두 목이 달아났습니다. 궁궐 마구간에는 여물이 남아돌지만 백성들은 굶주려 떠돌고 그 시체들이 들판을 가득 덮고 있습니다. 진나라의 끝이 곧 다가오고 있습니다. 하오니 통촉하시옵소서!”

진숙보는 장려화의 말에 따랐다. 그러자 비서감은 곧바로 목이 베어졌다. 진숙보는 또한 신하 공범의 말을 잘 들었다. 그의 건의대로 군대의 장수를 문인으로 바꾸었다. 이때 공범의 말을 따르지 않는 장수들은 모조리 목이 달아났다. 그러다보니 나중에는 군대를 이끌 장수가 하나도 없었다.

588년 10월, 수나라 양견이 진나라의 이런 부패한 상황을 보고 받았다. 마침내 50만 대군을 출전시켰다. 수나라가 쳐들어오는 중에도 진숙보는 태연히 술을 마시고 있었다. “하늘의 뜻이 내게 있는데 어찌 나라가 망하겠느냐!”

도리어 궁녀들과 시를 짓고 풍악을 울리며 질펀하게 놀고 있었다. 수나라 군대가 눈앞에 나타나자 그때서야 진숙보는 두려워 숨었다. 진숙보는 곧 체포되어 장안으로 끌려갔다. 함께 나라를 말아먹은 장려화, 공범, 시문경 등과 함께 참수되었다. 이는 ‘남사(南史)’에 있는 이야기이다.

주낭반대(酒囊飯袋)란 술 주머니와 밥 포대라는 뜻이다. 무지하고 무능하여 오로지 놀고 먹기만 하는 사람, 또는 간신배를 비꼬아 하는 말로 쓰인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간신 노릇한 자들은 여전히 부유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이들의 죄상 또한 철저히 밝혀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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