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 개편안 완성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을 분산하는 내용을 골자로하는 사법행정 개편안이 완성됐다. 대법원은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위원장 이홍훈 전 대법관)’ 건의를 상당 부분 수용해 이번 개편안을 마련했다. 이번 개편안은 지난 2월 사법발전위가 발족해 사법개혁 방안을 논의한 지 약 250일만에 나온 것이다.

7일 대법원 후속추진단이 발표한 법원조직법 개정안과 사법행정회의 규칙 제정안 등 사법행정 개편안에 따르면 그간 대법원장에 집중됐던 사법행정 의사결정은 앞으로 11명으로 구성된 ‘사법행정회의’의 심의·의결을 거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이번에 제시된 개편안은 대법원장을 위시한 행정처의 수직적인 의사 결정 구조를 외부인사까지 포함한 협의체 형태로 분산·개방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간 예산이나 법관 인사 등 사법행정의 주요 결정은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를 중심으로 이뤄져 대·내외적으로 ‘밀실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를 개선한 것이다.

사법행정회의의 권한은 △국회 의견제출권 △판사 보직인사권 △법관 겸직·파견·휴진 등 허가권 △법원사무처장·차장 임명권 △사법연수원장 지휘권 △사법정책연구원장 지휘권 △법원공무원교육원장 지휘권 △법원도서관장 지휘권 등 15개 이상이다.

특히 예비금 지출안과 결산보고서 검토 등 예산 관련 사안에 대한 심의·결정은 대법원장에게 위임할 수 없는 사법행정회의만의 권한으로 규정됐다. 예산 관련 검토권, 법관 인사권, 사법행정 조직 임면권, 관련기관 지휘권 등 대법원장 1명이 쥐고 있던 막강한 권한을 사법행정회의 위원 10명과 나눠 갖게 되는 셈이다.

사법행정회의의 개방성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지점은 비법관 위원을 포함하고 있는 구성이다. 사법행정회의는 모두 11명으로 구성되는데, 의장은 대법원장이고 비상근 위원으로 법관과 비법관이 각각 5명씩 선발된다.

비법관 위원 5명은 별도로 꾸려진 11명의 추천위원회가 공개 모집을 통해 선발하게 된다. 추천위 구성에는 국회의장 추천자 3명과 법무부 장관, 대한변호사협회장 등은 물론이고 법원 노동조합 대표와 사회적 신망이 있는 외부인사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대법원장이 사법행정회의 의장이기는 하지만 독단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려 할 경우 비법관 위원들이 문제 제기를 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또 사법행정회의의 기능이 안착될 경우 법관 위원 5명이 대법원장과 다른 견해를 보이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

특히 사법행정회의는 산하 위원회인 법관인사운영위원회가 올린 인사 관련 안건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인사 불이익을 우려한 판사들이 대법원장 한 사람의 눈치를 봐야할 여지가 줄어든다는 것을 뜻한다. 아울러 사법행정에 관한 일반사항은 물론 법관 전보인사나 해외연수, 판사보직 계획 등에 대한 사법부 외부의 감시망이 작동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사법행정회의 도입으로 대법원장의 권한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헌법이 정한 대법관 제청권, 법관 임명권, 헌법재판소 재판관 3인 지명권 등은 대법원장의 권한으로 남는다.

상고심 재판장 권한, 대법관회의 의장 권한 등도 유지된다. 대법관 퇴직제청권, 법관 연임명령권, 판사 근무성적 등 평정권, 대법원 전담부 지정권, 대법관 안건 부의권, 법원 공무원 임명권 등도 대법원장의 권한으로 남는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