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삼개나루는 전국 각지의 배들이 몰려들어 실려 오는 물산들을 사고 파느라 여각과 객주가 번창한 곳이었다.

세 사람은 삼개나루의 강안 거리로 들어섰다. 삼개나루에서 그중 눈에 띄게 신기한 것은 지대가 낮아 강물이 범람하더라도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전들이 이층으로 지어졌다는 것이었다. 펄밭 같은 시커먼 장터에는 토산품을 파는 잡화전과 어물전이 밀집되어 있었고, 꼬불꼬불한 골목길에는 가가에서 팔려고 내놓은 자잘한 물건들이 어지럽게 펼쳐져 있었다. 삼개장터는 아침나절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과 물건들이 쏟아져 나와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오늘이 장날이라 더 그러했다.

“상갑이, 장사 잘되는가?”

유필주가 어물전 중 한 곳으로 들어가며 물었다.

물에서 나는 고기는 모두 모아놓은 듯 어물전에는 온갖 생선들이 없는 것 빼고는 모두 있었다. 북진에서 간절이에 건어물만 보아오던 최풍원은 바다에서 잡은 살아있는 고기까지 팔고 있는 어물전이 신기하기만 했다. 어물전에는 생전 처음 보는 고기가 가판대에 수두룩하게 쌓여있었다.

“그저 밥이나 먹고사는 거지.”

유필주의 물음에 상갑이라는 어물전 주인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그 사람 죽는 소리는 여전하군.”

“흰소리가 아녀! 그런데 바쁜 사람이 예까진 어쩐 일인가?”

상갑이가 전 밖에서 어물을 구경하고 있는 사람이 유필주와 동행임을 눈치 채고 물었다.

“충주 윤왕구 객주와 그 동행하고 왔네.”

“객주라면?”

“충주에서 제일 큰 상전을 하는 사람이라네. 이번에 대궐 공납품을 가지고 왔는데 공납품은 시전에 넘기고 다른 물건이 있다 해서 겸사겸사 왔다네.”

“다른 물건이라면?”

어물전 상갑이도 호기심이 이는지 관심을 보였다.

“자네는 어물 일도 많은데, 남의 장사 물목까지 눈독을 들이는가?”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해도 먹고살기 힘든 게 요새 세상인데, 한 가지만 해서 먹고 살 수 있는가?”

“여하튼 삼개 장사꾼들 수완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그건 그렇고, 저 사람들과 인사나 나누지?”

유필주가 어물전 구경에 빠져있는 두 사람을 안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는 서로들 인사를 시켰다.

“참으로 큰 어물전을 가졌소이다?”

윤왕구 객주가 먼저 어물전 주인 상갑이에게 인사를 차렸다.

“누추해서 부끄럽소이다.”

상갑이가 덤덤하게 인사를 받았다.

“윤 객주, 비린내 풍기며 사람들한테 천시를 받아도 이 사람 이래도 알짜요. 아무리 안 돼도 한 달 이삼천 냥은 벌꺼요.”

“역시 한양은 다르구먼!”

“한달에 이삼천 냥이나?”

윤왕구 객주는 별로 놀라는 기색이 아니었으나 최풍원은 깜짝 놀랐다.

상갑이의 어물전이 규모가 크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물만 팔아 한 달에 이삼천 냥이라면 대단한 매출이었다. 최풍원의 북진본방에서 가지고 온 공납품 전부를 합쳐서 삼백 냥이었다. 그 삼백 냥을 만드느라 청풍 인근의 각 임방과 마을사람들이 총동원되어 두 달 가까이 온 힘 힘을 쏟은 결과였다. 그런데 어물전 한 곳에서 한 달에 삼천 냥을 벌어들인다니 최풍원은 입이 벌어질 일이었다.

“이삼천 냥은 무슨…….”

상갑이가 어물거리며 대답을 회피했다.

“뭘 그러는가? 이번 내수사 조사 때 다 드러났다고 장안에 소문이 파다하던데.”

“부풀려진 것도 많고, 억울한 것도 많다네.”

상갑이가 억울하다는 듯 푸념을 했다.

두어 달 전 삼개와 뚝섬 그리고 왕십리에 사는 어물전 객주들이 담합을 해서 서해에서 올라오는 배의 어물들을 몽땅 도거리 했다. 그리고는 가격을 올리기 위해 쌓아놓은 채 방출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각 나루 어물전에서 물건을 받아 팔던 도성 내 시전에서는 큰 혼란이 일어났다. 더구나 그 무렵 대궐에서는 큰 연회가 준비되고 있었다. 그런데 어물을 대던 육의전에 어물이 떨어지자 난리가 난 것은 당연했다. 어물 값이 치솟아도 도성에서는 조기 한 손 구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왕실의 물품을 수급하는 내수사에서 직접 나와 원인을 밝혀내고 어물전 객주들을 조사했더니 한 달 거래액이 이삼천 냥으로 오히려 대궐에 물산을 공급하는 육의전의 시전상인보다도 수입이 훨씬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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