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에 기록적인 폭설로 인해 많은 피해와 함께 온 나라가 떠들 썩 한 적이 있다. 이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재해의 1차적 피해보다도 재해발생 후의 대처방안이나 체계미비로 생기는 2차적 피해가 경우에 따라서 더 클 수 있다는 교훈을 안겨줬다. 사전예방시스템의 구축은 물론 재해시의 대응체계, 그리고 복구 관리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여기저기에서 계획과 대응방안을 강구할 것처럼 이야기 했다.

하지만 거의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과연 그 때의 다짐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 가를 점검해 볼 때 많은 문제점과 허구성을 찾을 수가 있다. 우선 국가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기본적인 재해 성향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충분하게 검토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하더라도, 이에 대한 대처방안수립 로드맵정도는 구상이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개별적 재해나 목적단위의 계획수립과 같은 부분적 논의만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당시 재해로 헝클어진 물리환경의 개선된 복구는 물론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책 역시 당시의 발표와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복구를 하는 과정에서 재해에 대한 원인분석과 함께 새로운 기준과 재해를 고려하기보다는 원상태로의 복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같은 재해가 닥쳤을 때 복구시설들이 과연 효율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의심하게 된다.

이러한 우리 자세의 헤이함을 일깨워나 주듯이 해일에 의한 재해로 1978년 중국에서 25만명의 사상자를 낸 이후 가장 대규모의 재해가 연말에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발생했다.

연말의 들뜬 기분과 지역의 위치상 겨울철이 가지는 관광피크와 맞물리면서 인프라시설과 경제력이 떨어지는 개발도상국가를 중심으로 발생해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다. 워낙 짧은 시간동안의 강력한 해일이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 우리 인간의 대응자세에 새로운 문제와 함께 자연에 대항할 수 있는 한계의 범위를 일깨워 주기에 충분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자연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의 정립과 함께 1차적인 자연재해에 대해서는 어찌할 수 없다 할지라도, 인재로 수반되는 추가적인 피해를 줄이기 위한 도시계획적, 제도적, 그리고 행정적 체계의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는 아주 시급한 현안으로 인식돼야 한다.

특히 현재 도시계획의 기본개념이 토지의 효율성과 동선의 편이성, 그리고 자연성의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독립적인 계획으로 이뤄졌으나, 앞으로는 방재라는 기본적인 공통개념 속에 다양한 부분의 계획들이 융합돼야 하는 계획설정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또한 제도적으로도 행정편의적이고 사무관리적인 사고에서 탈피해 정주체계의 안전적 측면에서 행정의 목표와 조직이 재편돼야 하며, 특히 위급한 재난사항에 대한 행정적 관리지침은 물론 체계적 움직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재난관리법이 재해유형에 따라 그리고 행위주체에 따라 구체적인 관리와 행동강령이 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사실 우리의 경우 지금까지 개발일변도와 성장우선주의에 의해 이러한 기본적인 가치에 대한 고려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동남아시아의 재해를 보면서 같은 문화권으로써 재활의 지원과 함께 우리 스스로 다시 한 번 안전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하고 재해와 방재에 대해 체계화를 재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황 재 훈 < 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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