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BOK경제연구 ‘우리나라 고용구조 특징과 과제’ 발간
청년 실업률 확대·자영업 비중 과다…“정부, 정책 역량 집중”

 

‘고용 쇼크'로 불릴 만큼 우리나라가 고용 사정이 총체적 어려움에 직면한 것은 노동시장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이중구조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생산성 격차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간 근로격차 확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탓에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청년 실업률이 늘어나는 등 고용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중구조 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한국은행 BOK경제연구에 실린 ‘우리나라 고용구조의 특징과 과제' 보고서(장근호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대기업·정규직 위주의 1차 시장과 중소기업·비정규직의 2차 시장으로 이원화된 가운데 이들 사이의 근로격차가 크게 확대된 것으로 분석됐다.

글로벌화로 가격 경쟁에 직면한 수출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외주화를 확대하면서 대기업 우월적인 원·하청 관계가 만들어졌다. 그사이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 위주로 늘어났다. 아웃소싱을 받은 중소기업들은 다시 비용 절감을 위해 비정규직 고용 등을 늘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 결과 1차 노동시장 근로자는 213만명으로 전체 임금 근로자의 약 11%(213만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89%(1천787만명)가 2차 시장 근로자였다. 2차 시장에서 비정규직 비중은 31.2%에 달했다.

우수 인력들이 더 좋은 여건의 대기업에 집중되면서 양 근로 격차도 점점 벌어졌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중소기업(10~29인) 근로자의 임금은 대기업(300인 이상) 근로자 임금의 90%(약 1.1배)에 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1·2차 노동시장 종사자의 평균 임금은 각 398만원, 225만원으로 격차가 약 1.8배로 확대됐다.

양극화된 노동시장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국에 비해서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지난해 임시직 근로자 비중은 20.6%로 OECD 평균치(11.2%)보다 높아 조사대상 32개국 중 6위를 차지했다. 임금 격차도 컸다. 지난 2016년 최하위(10분위) 임금 대비 상위 임금 비율이 OECD 조사국 26개국 중 4위로 높았다. 

특히 노동시장간 이동 단절로 이중구조는 심화됐다. 우리나라의 임시직 3년 후 정규직 전환율은 2013년 기준 OECD 16개국 중 최하위 수준인 22%에 불과했다. 한번 비정규직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 대부분 2차 노동시장에만 머물러 있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이중구조가 청년층 취업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1990년대 이후 대학을 나온 청년층이 크게 늘었으나 이들이 선호하는 1차 노동시장 규모는 그만큼 뒤따라주지 않았다. 2차 노동시장 취업을 선택하는 대신 취업을 포기하는 비율이 늘면서 청년 실업률은 크게 확대됐다. 우리나라의 청년(15~29세) 실업률은 지난해 기준 9.8%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과도한 자영업 쏠림, 여성고용 부진 등도 이중구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비 부머' 세대 은퇴로 늘어난 퇴직자들이 임금 등이 낮은 2차 노동시장에서 일하기보다는 자영업에 대거 뛰어들고 있어서다.

여성 고용률이 떨어지는 것도 일·육아 병행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충분치 못한게 주된 요인이나 경력단절 이후 1차 노동시장 취업이 어려워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대졸 이상 여성들의 남녀 고용률 갭은 26%p에 달해 OECD 상위 5개국 평균치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보고서는 “결국 우리나라 고용 확대를 제약하고 고용구조를 악화시킨 주된 구조적 요인은 이중구조 심화"라며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이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지적하고 목소리를 높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수차례 구조개혁의 핵심대상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지목해왔다.

이중구조 완화를 위한 방안으로는 대기업 우위적 원하청 관계 해소, 청년층 직업훈련 개선, 출산·육아휴직 내실화 등이 제시됐다. 보고서는 “대기업·중소기업간 도급거래가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엄정한 감시자 역할을 하고 독점적인 시장질서를 완화해야 한다"며 “중소·하청기업들이 기술 개발,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대내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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