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미동산 수목원을 즐겨 찾고 있다. 미동산 자락의 교실에서 배우고 자란 중학교 동창들 모임에서도 매년10월 정기 산행 시 자주 찾아 동심의 세계로 추억 여행을 하며 향수를 달래고 있다.

필자에게 미동산 수목원은 추억이 남다르고 인연이 깊은 안방 같은 고향이다. 끝부분에 위치한 ‘산림환경 생태관’ 골짜기 일원은 수목원 조성 전에는 논과 밭이 있던 부모님 삶의 터전이었다. 수목원이 조성되기 전 생태관앞 개울 건너편에는 낡은 초가집이 있었고 농사철엔 그곳에서 어머니가 새참과 점심밥을 해주셨다. 배고픈 시절 밥이라 그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 시절 흔적은 몇 해 전까지 그늘 막을 해주던 감나무 두 그루가 남았었지만 아쉽게도 도랑 옆의 감나무가 먼저 고사하고 나머지 한그루마저 금년여름 태풍에 부러졌다는 소식에 부모님 자취를 모두 일었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컸다.

수목원 일대 경관이 수려해서 일찍이 선친께서는 몇십년 전에 ‘이곳에 정자 하나만 지으면 관광지가 된다’라고 말씀하시곤 했는데 예언처럼 수목원이 조성돼 전국적으로 유명한 관광명소가 되었으니 놀랍기만 하다. 이러한 인연으로 선친께서는 말년에 거의 매일 찾다시피 하시다 생을 마감하셨다. 아마 10년 전 먼저가신 어머니와 자식들과의 아련한 추억을 더듬고 그리움을 달래시려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짠하다. 선대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수목원과의 인연과 추억 때문에 요즘도 즐겨 찾으며 변화 발전상을 주위에 안내 및 홍보 하고 있다.

몇 해 전에는 수목원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기 위해 ‘미동산 수목원탐방’이란 주제로 글을 써 여러 언론사에 기고하기도 하였고 시집간 딸아이 상견례 날에도 사돈네와 함께 찾아 자랑했을 정도로 애정이 많다. 필자가 숲에 입문하게 된 것도 바로 수목원과의 인연 때문이다. 수목원을 자주 찾으면서 숲 해설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았고 관광객 유치를 위해 꼭 필요하고 멋있고 보람 있는 일이란 생각을 하고 퇴직 전 공로연수 기간에 숲 해설가 자격을 취득했다.

공직 은퇴 후에 혼자만의 삶을 살면 무의미하고 공직에서 배운 국가관과 사명감등 공직 가치관을 기반으로 숲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고 숲 사랑 운동을 전개하면 전반기 터득한 공직가치가 헛되지 않고 국민편익과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길이란 생각에서다. 지난 7월에는 지면에서 도민 홍보대사 모집 기사를 보고 자원해 도민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전직공직자로서 보람되다.

미동산 수목원은 2001년 개원해 이제 성년이 돼 가는데 초창기보다 나무와 숲이 우거져 갈수록 고즈넉하고 낭만을 느끼게 한다. 미동산 수목원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지고 교통이 좋아 청주는 물론 타 시도에서도 많이 찾아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고 하니 숲과 수목원의 미래가 밝다.

특히 유아숲 체험원이 있어 어린이들 방문이 많고 초중고생 자연 체험장과 휴식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하니 숲을 배우고 사랑하는 고향사람으로서 감개무량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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