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자치연수원 이전 졸속 추진
도의회 제동…내부 의원간 갈등 보여

단양의료원 건립사업도 난항
도립·군립 놓고 핑퐁게임 양상

 

지난 6·13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민선 7기 자치단체장들이 4년의 임기동안 추진할 공약들을 확정하고 실천계획들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충북도도 최근 민선 7기에 추진할 이시종 지사의 130개 공약사업에 대한 실천 계획을 확정했다. 그러나 야심차게 공약했던 일부 사업들이 추진 초기단계부터 난관에 부딪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치연수연 북부권 이전은 졸속 추진에 충북도의회에서 역풍을 맞았으며 단양의료원 설치는 군립이냐, 도립이냐를 놓고 핑퐁게임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자치연수원 북부권 이전 ‘난항’

민선 7기 공약으로 확정된 이 사업은 타당성 조사 용역비가 충북도의회에서 전액 삭감됐다.

충북도의회는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반영된 타당성 조사 용역비를 삭감했다. 충북도가 충분한 논의나 검토과정을 거치지 않고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것이 이유다.

도는 이 사업이 이시종 지사의 공약으로 확정된 지 불과 10여일 만에 타당성 조사 용역비를 추경에 반영했다. 여론 수렴이나 공론화 과정 등 사전 검토가 없었으며 자치연수원이 위치해 있는 청주시 가덕면 주민들의 의견도 묻지 않았다.

이 지역 주민들은 자치연수원이 이전할 경우 상권 붕괴 등을 우려하고 있다. 기존 부지의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도 현재까지는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도는 2019년도 예산안에 ‘자치연수원 북부권 이전 타당성 조사’ 사업비 2억원을 반영, 사업을 다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여전히 도의회 내부에서는 연수원 북부권 이전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북부권이 지역구인 도의원들은 “지역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며 “도가 균형발전을 위해 자치연수원을 제천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천이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박성원 의원(제천1선거구)은 지난 10월10일 열린 충북도의회 제368회 임시회 1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비청주 지역이 소외되고 배제되는 지역불균형이 초래되고 있어 충북의 균형발전 전략은 실패했다”고 비판하며 연수원 제천이전을 주장했다.

반면 청주와 남부권 도의원들은 지역 간 불균형 초래, 경제적 효과 미미, 이전 이유와 명분 불충분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 허창원 의원(청주4)은 지난 9월19일 열린 제367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충북자치연수원이 북부권인 제천으로 이전해도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미미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연수원 북부권 이전 논란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서도 가열되고 있다.

민주당 전원표(제천1) 행정문화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예산 삭감과 관련 “행문위를 원안 가결해 예결위에 넘겼지만 예결위에서 청주권 도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혔고, (자신에게)통보도 없이 삭감 처리됐다”며 “상임위가 통과시킨 예산을 예결위가 삭감할 때는 상임위에 양해를 구하는 게 관행이지만 관례도 무시됐다”고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최명현 전 제천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허창원 의원에게 공개 답변을 요구했다.

최 전 시장은 페이스북에 “충분한 여론조사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도의회 예결위에서 자치연수원 이전 용역비 2억원을 삭감함은 지역세가 약한 도시에 대한 ‘갑질’”이라며 “이에 대한 견해와 정책 결정 모두를 여론조사로 결정 할 수 없다는 현실을 알고 있는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허 의원은 “600억원 이상 막대한 세금이 쓰이는 사업을 지역 여론을 의식해 그냥 넘어가길 바라는가?”라고 최 전 시장에게 반문했다. 허 의원은 “무책임하게 반대만 하는 것은 아니다”며 “자치연수원이 제천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그 비용을 제천시의 (다른)경쟁력 있는 분야에 투자하면 어떨지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허 의원은 180억원을 들인 단양군의 만천하스카이워크 성공 사례를 언급하면서 관광 분야에 대한 투자를 충고하기도 했다.

1953년 설립한 충북도 자치연수원은 1961년 지방공무원 교육원으로 개편했다가 1996년 청주시 가덕면으로 이전했다.

도내 지자체 공무원과 일반 도민 등 연간 1만여명이 이용하는 교육 시설이다.

●단양의료원 건립 ‘삐그덕’

충북 단양군은 도내 대표적인 의료 사각지역이다.

이로 인해 지난 6·13지방선거 당시 공공의료원 건립이 공약으로 나왔을 때 지역민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공공의료원 건립 규모와 방식을 놓고 충북도와 단양군이 시작부터 이견을 보이며 ‘삐그덕’거리고 있다.

충북도는 군립을, 단양군은 도립을 주장하고 있다.

단양의료원 설립은 이 지사의 공약 사업 중 하나다.

이 지사는 의료기관이 부족한 단양에 도립 충주의료원 분원을 건립하면 국비 지원도 받을 수 있다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단양군도 의료원 설립을 위해 타당성 조사 용역에 나서는 등 의료원 건립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단양군은 2022년까지 옛 단양서울병원 일대인 단양읍 별곡리 일대 만 600여㎡ 부지에 68병상 규모의 병원을 고려중이다. 열악한 재정 여건을 고려해 군비 부담이 없는 도립의료원 설치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충북도의 속내는 조금 다르다. 인구가 3만여명에 불과한 단양에는 40병상 규모의 소규모 병원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특히 충주의료원도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더 큰 적자가 우려되는 단양에 도립의료원을 설치하는 것은 어렵다며 군이 운영하는 군립 병원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양의료원 문제는 지난 국회 행안위의 충북도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안상수 의원, 김한정 의원 등이 이 문제를 거론했으며 바른미래당 주승용 의원(여수을)도 “단양지역에서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면 골든타임이 있어 생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단양군의 사망률은 우리나라 평균 사망률의 2배”라고 지적했다.

주 의원은 “자체 수입으로 군립병원 건립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도립의료원 분원이라고 건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지사는 “단양의료원 문제는 처음 단양군에서 군립의료원 개념으로 출발, 응급처리를 하고 거기서 발생하는 적자는 도가 부담하겠다고 했는데 예산이 500억원이 넘는 대규모가 돼 규모를 조정하는 단계에 있다고 봐 달라”고 말했다.

이어 “군립이냐, 도립이냐 문제인데 초기 군립에서 용역이 끝나고 도립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며 “규모를 줄여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밀어붙이기식 공약이행 도민 동의 못 받아

선거 당시 공약은 도민과의 약속으로 이를 통해 ‘표’를 받아 당선된 만큼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공약이라는 이유만으로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된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설득논리부터 찾아야-온·오프라인에서 논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연수원 북부권 이전 문제는 청주와 남부권 의원들을 어떻게 논리적으로 설득할지가 성공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수원 이전 시 지역 경제 침체를 우려하는 연수원 인근 상인들과 주민들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는 대안이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연수원 이전을 본격적으로 에 앞서 이전 시 청주권 의원들이 우려하는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기존 연수원 건물이나 부지 등을 어떻게 활용할지 등을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이를 통해 이전에 대한 논리가 마련됐을 때 이전을 반대하는 의원들과 주민들을 설득하고 협조를 구해야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반대의 경우 북부지역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지역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대안을 마련, 제시해야 한다.

도는 사업비가 확보되면 자치연수원 이전이 타당한지 여부와 제천을 포함한 북부권 이전 장소, 여론 수렴 등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미 논란이 확산되고 자칫 북부지역과 청주·남부지역 간 갈등으로 비춰질 수 있는 만큼 도는 서둘러 이 문제에 대해 수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협치와 상생의 길 찾아야-도립이냐, 군립이냐를 놓고 출발부터 건립사업이 꼬이면서 단양지역에 하루가 급한 공공의료원 설치가 더 늦어지지 않을 까 주민들이 우려하고 있다. 주승용 의원이 지난 23일 충북도에 대한 국정감사와 관련 질병관리본부가 제출한 ‘2017년 단양군 심정지 응급환자 현황’을 공개했다.

자료를 보면 지난해 단양군에서 발생한 심정지 응급환자 46명 가운데 무려 45명이 사망했다. 또 충북도가 주 의원에게 제출한 ‘단양군 사망자 현황’에서 2017년 단양군에서는 369명이 사망했다. 단양군 사망률(10만명 당)은 1천229.6명으로 이는 우리나라 2017년 사망률 557.3명 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충북도나 단양군 모두 의료원설립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한다.

문제는 경제적 논리로 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감당할 수 없다며 서로 떠넘기는 형국이다. 도나 군 모두 한 발 물러서며 접점을 찾는 자세가 필요하다. 군립이냐, 도립이냐를 놓고 ‘핑퐁게임’을 하기에는 열악한 의료 환경으로 단양군민들의 생명까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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