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무상급식 ‘신경전’

2019년부터 고교무상급식 확대 시행 계획으로 충북도와 도교육청이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분담 비율을 놓고 지리한 공방이 예상된다. 사진은 2016년 2월 1일 이시종 지사와 김병우 교육감이 무상급식 분담액에 대한 극적 합의를 한 뒤 악수를 하는 모습.
2019년부터 고교무상급식 확대 시행 계획으로 충북도와 도교육청이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분담 비율을 놓고 지리한 공방이 예상된다. 사진은 2016년 2월 1일 이시종 지사와 김병우 교육감이 무상급식 분담액에 대한 극적 합의를 한 뒤 악수를 하는 모습.

 

충북도 “다른 분야 예산 때문에”

교육청 “기존 분배 비율대로”

시·군 “취지 동의하지만 재정 부담”

교육청 부담비율 높은 충북, 충청권 다른 지자체와 비교

고등학교 무상급식이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다. 2011년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초·중·특수학교 무상급식을 시작한 충북이 고교 무상급식을 앞에 놓고 주춤하고 있다. 타 시도가 앞 다퉈 2019년부터 고교까지 무상급식을 확대, 시행할 것을 결정했지만, 충북은 급식비 분담률을 놓고 도와 교육청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등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충북 지자체장들은 모두 ‘고교 무상급식’을 공약했지만, 결국 ‘돈’ 앞에서 몸을 사리고 있다. 충북도는 학생 복지 관련 사업인만큼 교육청이 많이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주장하고 있다. 도는 급식비로 많은 예산이 투입될 경우 지역 소상공인과 농업정책 등에 쓰일 예산은 줄어든다는 논리를 강조한다. 그러나 충청권만 봐도 무상급식에 지자체와 교육청간 원만한 합의로 내년 시행을 구체화 하고 있다. 전국의 각 시도별로 즉각 도입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해 지고 있다. 전국 시도 중 가장 먼저 무상급식을 시작한 충북이 더 이상의 예산 논쟁없이 ‘통 큰 결단’을 도민은 기대하고 있다.

 

●“예산없다” 충북도 난색…무상급식지원 비율 전국 최저

이시종 충북도지사와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이 무상급식 예산 분배비율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고교 무상급식’을 교육 공공성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닌 경제적 논리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 지사는 최근 “무상급식에 많은 예산이 투입 될 경우 지역 소상공인과 농업 정책에 투자할 예산이 줄어들게 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도와 교육청간 소모적 논쟁이 예고되고 있는 대목이다.

가장 먼저 무상급식을 시작한 충북은 현재 급식 지원 학생 비율이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치고 있다.

올 3월 현재, ‘전국 초중고 학생 수 대비 급식 지원 학생현황’을 보면 전국 570만9천여명의 학생 중 471만2천명이 지원을 받아 평균 지원율은 82.5%에 달했다. 인천과 세종, 전북, 전남 등 4곳은 100% 무상급식을 지원하고 있었으며, 강원(99.7%)과 광주(91.8%)의 지원율이 90%를 넘어섰다.

반대로 충북은 17만8천명의 학생 중 13만7천명만 무상급식 지원을 받아 지원율은 평균에도 못 미친 77%에 그쳤다. 충북은 현재 국·공·사립 초·중·특수학교 전체와 고교 저소득층(중위소득 60%, 읍 이하 셋째 이상 자녀)으로 대상을 한정해 지원하고 있다.

충북교육청의 분담률은 65.6%로 전국 교육청의 평균 분담률(61.8%)보다 높다. 반대로 도내 지자체는 398억원(34.5%)을 부담해 전국 지자체 평균 분담률(38.2%)보다 낮았다.

충청권 교육청 중 세종(50%)과 충남(53%), 대전(55%)이 무상급식 재원의 절반 수준만 부담하는 것과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충북도교육청 “분담 비율 기존대로”…식품비 지원만이라도

11월. 한 달이 고비다.

이 기간 교교 무상급식 분담률을 확정하지 못한다면, 우선 교육청은 현재 부담하고 있는 인건비와 운영비, 식품비 24.3%를 우선 지원하는 쪽으로 예산 편성을 계획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고교 무상급식과 관련해 기존 분배 비율을 주장하고 있다. 기존 의무교육인 초·중·특수학교 무상급식에 교육청은 인건비와 운영비를 100% 지원하고, 식품비는 24.3%, 도와 자치단체가 75.7%를 지원했다.

교육청은 고교 무상급식을 포함해 2019년 총 소요액으로 1천597억3천800여만원이 들어갈 것으로 산출했다.

내년 고교 무상급식에만 총 462억4천400여만원이 추가된다. 이 중 식품비는 230여억원이다.

교육청은 이 식품비에 한 해 기존 분배 비율대로 도와 자치단체가 174억1천100여만원(75.7%)을, 교육청이 55억8천900여만원(24.3%) 지원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내년 전체 무상급식을 기존 분배 비율대로라면 도와 자치단체가 585억6천여만원, 교육청이 1천11억7천700여만원(인건비 728억3천88만원+운영비 95억4천868만4천원+식품비 187억7천983만원)을 각각 지원하게 된다. 전체 분담률로 보면 교육청이 64.1%며, 지자체가 35.9%다.

의무교육 무상급식이 시작된 2011년부터 교육청과 지자체의 분담률을 살펴보면, 2011년 55.4%대 44.6%를 시작으로 2015년 58.9%대 41.1%, 2017년 62.4%대 37.6%, 2019년 64.1%대 35.9%로 지자체의 분담비율은 해마다 줄고 있는 반면, 교육청의 부담을 커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충청권 광역단체들과 교육청의 부담 비율이 절반 수준에 속하는 만큼 충북 역시 교육 공공성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시·군 “돈은 우리가 내고 생색은 도지사·교육감이 낸다”…부담 큰 청주시 고심

도내 고교 무상급식 실시는 이 지사와 김 교육감의 공약이다.

도와 자치단체 간 갈등도 표면위로 나오고 있다. 일부 시장·군수들은 ‘생색은 지사와 교육감이 내는데 자치단체가 왜 예산을 부담해야 하느냐’는 생각에 빠질 수도 있다.

대부분 자치단체들은 학교 무상급식의 취지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내년부터 고교 급식비까지 부담해야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동안 도와 시·군의 분담비율에 대해서는 시·군과는 상의조차 없이 도의 일방적 결정과 통보로 진행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도가 내세우는 분담비율의 근거는 ‘충청북도 지방보조금 관리조례 시행규칙 별표 도비보조금 기준보조율’로 지방보조금 항목에 무상급식을 끼워 넣고 있다. 시·군에 이 조례를 앞세워 협상의 여지없이 무상급식이 시·군 사업으로 둔갑하고, 도에서는 시·군 사업을 보조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청주시만 봐도 그렇다. 내년도 청주시 소재 초중고특수학교의 무상급식 소요액을 예상하면, 학생수 10만777명에 식품비만 444억5천300여만원이 지원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청주시가 201억9천여만원(약 45%)을, 도가 134억6천여만원(약 30%)을 각각 분담하게 된다. 나머지 급식비 총액은 교육청이 부담한다.

여기에 청주시는 학생들의 건강 식단을 위한 친환경 급식을 위해 110억원을 별도로 지원해주고 있다.

이로 인해 도내 각 시·군은 도와의 분담비율을 현 4대 6에서 5대 5 분담 조정을 요구하고 있으며, 충북도는 시·군의 부담을 교육청이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무상급식비 외 소요되는 친환경농산물 지원금 130억원을 교육청에서 일부 부담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으나, 교육청은 이는 각 자치단체의 농업정책에서 자체사업으로 단체장의 책임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충북도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친환경농산물 지원금을 단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

도는 현재 무상급식 협상을 위해 최근 시장군수협의회에 ‘시·군별 재정상황 및 무상급식 지원비율에 대한 의견을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타 지자체 무상급식 확대 시행

내년도에 고교까지 무상급식을 확대 시행할 것을 검토중인 곳은 서울과 충북, 경남 3곳이다. 이미 시행하고 있는 곳은 인천과 세종, 강원, 전북, 전남이며, 올 하반기부터 시행한 곳은 울산과 제주, 내년부터 시행하는 곳은 대전과 충남, 광주다.

충청권만 보더라도 대전, 충남, 세종은 지자체의 통 큰 합의로 고교 무상급식이 전면 시행된다.

충북을 제외한 3곳의 지자체와 교육청간 분담 비율은 모두 50대 50 수준이다. 

세종은 무상급식 소요액에 대한 분담률을 지자체와 교육청 50대 50으로 하고 있다. 각 214억5천만원씩 분담한다.

대전도 내년도 고교 급식 학부모 부담금에 한해 교육청과 지자체간 50대 50으로 결정하고, 추가적으로 교부금으로 인건비 106억원은 교육청이 추가부담하기로 했다.

충남 역시 급식비 중 식품비는 지자체가 나머지 운영비와 인건비는 교육청이 부담하기로 했다. 지자체는 916억원을 교육청은 919억원을 부담하며, 교부금으로 인건비 153억원을 추가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충북은 지자체가 식품비의 75.7%를 나머지 24.3%는 교육청이 부담하며, 인건비와 운영비는 교육청이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지자체는 부담 비율을 교육청이 높여야 한다는 논리를 세우고 있어 인근 지자체와 비교 대상이 되고 있다.

●소모적 논쟁 없어야…원만한 합의 통한 ‘통 큰 결단’ 기대

무상급식을 놓고 해마다 지리한 공방이 이어졌다. 소모전의 배경은 충북도와 시·군, 그리고 교육청의 분담비율 때문이다. 한정된 예산으로 살림을 꾸려야 하는 지자체와 교육청의 견해 차이는 당연하다. 하지만 무상급식 또한 교육의 일부인 만큼 교육 공공성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고교 무상급식 전면 시행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좋은 교육 여건 조성이 된다.

이 지사와 김 교육감이 고교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건 까닭이기도 하다.

교육 여건 조성을 위해 충분히 협의하고 양보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내년도 본예산을 편성해야 할 시기다. 이 지사와 김 교육감의 결단이 필요하다. 이 지사와 김 교육감이 명쾌한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

원만한 합의로 소모적 논쟁없이 ‘통 큰 결단’을 도민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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