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시·군의회가 의정비 대폭 인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충북 시·군의회 의장단협의회는 지난 29일 모임에서 의정비 현실화를 위해 큰 폭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일부 의장은 부자치단체장이나 4급 이상 수준으로의 의정비 인상을 주장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론에 ‘5급 20호봉’ 수준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계산만으로 5급 20호봉의 월 본봉은 423만원으로, 충북 시·군의회 월 평균 의정비(287만원)를 감안하면 47.4%나 올리는 셈이다.

지방의회의 이 같은 의정비 인상 움직임은 비단 충북만이 아닌 전국적인 현상이다. 최근 국무회의에서 지방의원의 월정수당 결정방식을 지역별로 자율화하는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의정비 대폭 인상에 숨통이 트였기 때문이다.

지방의원의 의정비는 직무활동에 대해 지급되는 ‘월정수당’과 의정 자료 수집과 연구 등을 위해 지급되는 ‘의정활동비’로 구성된다. 월정수당은 지자체에 따라 다르지만 의정활동비는 연간 도의원은 최대 1천800만원, 시·군의원은 최대 1천320만 원으로 정해져 있다. 정부가 이번에 손을 댄 것은 월정수당이다.

시행령 개정의 취지는 기존의 복잡한 월정수당 계산식을 없애고 지역의 주민 수, 재정능력 등 특수성을 반영하겠다는 것이지만 지방의원들은 이번 기회에 의정비를 큰 폭으로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법적으로 금액이 정해져 있는 의정활동비 대신 지자체별 조정이 가능한 월정수당 인상으로 의정비 총액을 현실화하자는 것이다.

지방분권의 조기정착과 전문성을 갖춘 유능한 인재들의 지방의회 진출을 위해 의정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론은 싸늘하다. 어떻게 보면 자업자득이기도 하다. 그동안 보여준 지방의원들의 자질과 도덕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 지금의 결과를 낳았다는 얘기다.

지난 1991년 지방자치제도가 부활될 때 지방의원은 무보수 명예직이었다. 회의 참석에 따른 수당만 지급됐을 뿐이다. 2006년부터 지방의원의 전문성, 책임성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유급제도가 도입됐지만 얼마나 나아졌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의원직을 이용해 이권에 개입하는 등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아 주민들을 분노케 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개정된 시행령에 따르면 의정비를 공무원 보수 인상률 이상으로 올리려면 공청회나 여론조사 등 주민 의견 수렴절차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무리한 인상 요구는 여론만 악화시킬 뿐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게 맞다. 조금이라도 마찰을 줄이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지역 정서를 감안한 적정선 제시가 현명하다.

가뜩이나 힘든 시기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서민들의 삶은 팍팍하기 그지없다. 지방재정도 열악하다. 감시와 견제라는 의회 본연의 책무는 다하지 못하면서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여념이 없다는 소리는 이제 그만 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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