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에녹 청주시 강서1동 주민센터 주무관

‘청렴’이란 단어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면접장에 들어서는 순간까지 계속해서 되뇌었던 단어였다. 제일 많이 청렴에 대해서 생각해 본 한 달이라는 기간이었다. 면접 스터디를 하면서 청렴이란 주제에 대해 5분 발표도 준비해봤고 실제로 면접시험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주제도 청렴이었다.

그러나 막상 공직생활을 시작하면서 청렴이란 주제에 대해 생각을 해봤던 적이 거의 없었다. 청렴해야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나와는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 많았다. 청렴이란 성품이 고결하고 탐욕이 없다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곧 고위직 공무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 중 ‘청렴은 목민관의 본연의 임무로 모든 선의 근원이요, 모든 덕의 뿌리이니 청렴하지 않고서는 목민관 노릇 할 수 있는 자는 없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여기서 말하는 목민관이란 조선시대의 지방 관리를 말한다. 벼슬이 높은 공직자는 물론이요, 지위가 높지 않더라도 청렴하지 않다면 공직자로서 제 역할을 다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높은 지위의 공직자에 대한 청렴 경각심은 많이 주목받아왔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지위의 공직자에 대한 청렴 경각심은 그에 비해 중요도가 떨어졌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오늘날의 부패의 의미는 과거 금품 수수나 향응 제공이라는 소극적 의미뿐만 아니라 친절·불친절과 같이 민원인을 위한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절차상의 문제점들까지 부패로 이정하는 적극적인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조직 공직자 개개인들, 바로 나부터가 스스로 청렴을 실천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개개인들이 스스로 청렴을 실천하는 방법은 사실 어렵지 않다. 민원인에 대한 친절 실천이 바로 청렴을 실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청주시 굿모닝 시스템의 왼쪽 밑 부분에는 ‘비위 없는 날 0일째’라는 문구가 나온다. 이 날짜가 높아질수록 청주시의 청렴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며 날짜가 자주 초기화가 된다는 것은 곧 청렴도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명 이 비위 없는 날짜를 높게 유지하는 것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도 존재한다. 일의 특성상 나는 365일 시민과 마주하게 된다. 민원인을 대할 때 마음속에서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친절을 베푼다면 어쩌면 나는 그 책임을 누군가에게 전가하지 않고 청렴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공직생활은 길고 계속해서 내가 9급일 리는 없다. 청렴의 뜻풀이인 성품이 고결하고 탐욕이 없다는 것도 하루아침에 바로 이뤄질 일이 아니다. 때가 된다고 해서 바로 생기는 것도 아니다. 내가 하고 있는 업무에서 시민에게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친절을 실천해 꾸준히 청렴을 실천하고 나 자신을 갈고 닦을 때라야 비로소 나 자신이 청렴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청렴이란 곧 민원인에 대한 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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