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충주농고 교장
수필가

우리인류는 늘 평화로운 삶을 꿈 꿔왔다. 앞으로도 평화를 사랑하는 노력은 계속해야하기 때문에 지나온 역사 속에 평화를 지켜온 전쟁과 평화의 두 얼굴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수많은 전쟁 이야기가 있지만 고대 그리스시대 도시국가 ‘트로이’가 멸망한 목마 이야기를 하고싶다. 그리스군은 트로이 성이 난공불락으로 좀처럼 무너 지지 않자 커다란 목마(木馬)를 만들어 평화의 선물이라며 성 앞에 두고 물러갔다. 그리스 병사 한명이 트로이군에게 잡혀 “저 목마는 신에게 받치는 평화의 선물이다”라고 거짓 자백을 했다.

평화의 덫에 걸린 트로이 시민들은 이제 전쟁은 끝났다고 축제를 벌였다. 그래도 트로이 진영에는 선각자가 있었다. 제사장 ‘라오콘’이다. 그는 군중을 향하여 목마는 적의 계략이다. 목마에는 무서운 음모가 담겨있고 그 뱃속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다고 외쳐 댔다. 그러나 평화에 목마른 군중들에게는 제사장의 경고는 무시당했다. 결국 목마는 성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날 밤 목마속의 적군들이 나와 성문을 열어주어 마침내 견고했던 성은 무너지고 평화의 상징이던 목마가 멸망의 상징이 되고 말았다.

북한의 6·25남침으로 참혹한 전란에 시달렸고, 도끼 만행에서 천안함 폭침까지 수많은 도발과 미사일발사. 핵개발로 자칫 인류공멸로 몰아갈 전쟁불안에 시달렸던 우리 국민은 누구나 전쟁을 증오한다. 하지만 앞으로 핵을 이고 살수 없다며 북한을 더욱 압박해야 한다고 하면 “전쟁을 하자는 것이냐”하고 팔을 걷어붙인다. 그만큼 우리국민은 달콤한 평화란 선물에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국민들은 북한 비핵화에는 눈을 감고 개마고원 관광 떠날 꿈에 부풀어 있지는 않은지…….

 

인류의 공멸을 가져 올 핵을 개발하고 대량 살상 생화학 무기 등 평화와는 거리가 먼 인류 재앙의 무기를 개발해 세계를 위협했으면서도 사죄 한마디 한일이 없다. 최근 국제사회는 대북제재를 놓고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즉 북미가 북 핵 협상의 문턱도 넘지 못한 상황에서 미국은 선 비핵화 원칙을 고수하고 북·중·러 3국은 UN제재 완화에 공동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당초에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평화노선을 선택한 것은 UN과 미국의 강력한 압박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정부가 남북군사회담에서 비무장 지대 경계완화, 종전선언, 5·14조치검토, 철도연결, 황폐한 산림복구 등 핵 페기와는 반대 방향으로 엇박자를 내고 있다. 대통령의 유럽순방에서도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듯한 발언을 하니 사실상 미국과 맞서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한미동맹의 존립이유가 북한의 남침위협인데 북핵문제를 놓고 이견(異見)이 달라 불신을 키운다면 동맹이 불안하고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이견이 있다면 동맹을 설득 해야지 평화를 외치면서 주변국에게 이견을 주장한다면 돌아오는 것은 싸늘한 냉소뿐이다. 그래서 우리의 국가안보는 평화의 상징인 트로이의 목마처럼 되서는 결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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