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대한민국의 최고 화두는 어쨌거나 ‘경제’다. 하지만 ‘교육’ 또한 버금가는 화두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제도의 정착 없이 국가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2004년은 대학과 관련된 각종 부정이 판을 쳤다. 수능부정, 명문대 대학원생들의 학위 논문 대필 등이 대표적이다. 젊은 층과 대학사회의 도덕불감증에서 비롯된 사회병리현상이다. 올해도 그래선 정말 곤란하다.

국가 백년대계는 교육에 달려 있다. 대한민국 교육은 너무 오랜 세월동안 오락가락했다. 대입 제도 갈팡질팡, 공교육 황폐화, 사교육 팽창, 획일적 평준화 체제, 이공계 기피 현상, 교육 이민 등이 이를 잘 입증하고 있다. 아직도 상황은 변하지 않고 있다. 특히 대학 문제는 정부가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로 여전히 남아 있다. 대학은 교육의 최고 기관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엔 아직 무늬만 대학이 많은 것 같다.

대학 같잖은 대학 정리해야

대학 같잖은 대학은 과감하게 정리하는 게 낫다. 스위스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03년 조사에서 인구 2천만명 이상 세계 30개 국가 중에서 대한민국은 청년인구(25~34세) 대비 고학력자 비중이 3위였다. 대학진학률만 보면 일본(49%)의 거의 2배(81%)다. 하지만 자격을 갖춘 고급인력을 길러내 노동시장에 내보내는 능력은 30개국 중 25위에 불과했다. 대한민국 대학들이 건물만 지어 놓고 학생들을 ‘받아들였다 내보냈다’를 반복해온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교육부는 2009년까지 전체 358개 대학(전문대·산업대 포함) 가운데 87 곳을 통폐합할 계획이다. 입학정원 기준으로 9만5천명이 현재 보다 줄어들게 된다. 국립대의 경우 입학정원의 15%가 무조건 감축된다. 사립대는 최소 교원확보율 기준 제시를 의무화해야 한다. 기준을 지키지 못하면 재정지원 사업 신청조차 할 수 없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물론 ‘당근’과 ‘채찍’이 병행된다. 충북도내 대학들도 교육부의 대학구조조정 방향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정원 감축과 교수 충원이 골자지만 실질적인 추진 방향을 놓고 크게 고심하고 있다. 사립대의 경우 고민은 더 크다. 학생과 교수, 지역사회 등과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도내 대부분의 대학들도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대학은 아니다”라고 인식하고 있다.

대학답지 않은 대학들은 없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의 투명한 실상 공개가 필수적이다. 교육부는 학생 대비 교수 숫자가 얼마인지, 도서관에 책은 얼마나 있는지, 연구실에 실험기기는 갖추고 있는지 제대로 살펴야 한다. 또 졸업생은 사회의 어느 부문에 얼마나 진출하고 있는지를 학생과 학부모가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막대한 인원과 시간을 투입해 만든 대학평가자료가 교육관료들의 캐비닛 속에 사장된다면 헛일이다. 평가도 대학별 특성을 꼼꼼히 따져 차별성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똑같은 잣대를 적용한 평가는 상당한 괴리를 만들 수 있다. 자칫 실제 교육에 필요한 투자가 아닌 평가에 대비한 투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별히 명심할 점이 또 있다. 교육부가 내놓은 정책이 아무리 훌륭하고 완벽하더라도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공염불이 된다. 오랜 기간 인내하며 보완·정착시켜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교육은 국가 백년대계다.

대학이 국가명운 결정한다

교육과정의 마무리는 대학에서 이뤄진다. 대학의 건전성이 얼마나 잘 유지되느냐에 따라 국가의 명운도 결정된다. 교육 시스템이 안정돼야 교육 수혜자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 교육의 질적 향상은 곧 국가 발전으로 이어진다. 대한민국의 대학생들은 어느 나라 대학생들보다 어려운 대입 통과의례를 거쳤다. 대학은 학교의 명예를 걸고 이들을 경쟁력 있는 인재로 키워 사회로 내보내야 한다. 엉터리 학점과 학위로 ‘사이비 엘리트’를 만들어선 곤란하다. 학생들이 재정수입 증대 도구로 이용되면 더더욱 안 된다. 그 때 남는 것은 실업률 증가, 학문·국가 신용도 추락뿐이다. 대학은 지식산업국가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하는 최고 교육기관이다. 대학이 무너지면 전체 사회가 무너지게 된다. 대학이 바로 서야 국가가 바로 설 수 있는 이유는 여기 있다. 올해는 닭띠 해다. 닭은 예부터 천명이나 천복을 전하는 메신저였다. 닭이 울면 동이 트고 잡귀도 물러간다고 했다. 마침내 을유년 첫 동이 텄다. 창궐했던 ‘교육잡귀’들도 닭울음에 어둠이 물러가듯 영원히 사라지길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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