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나온 세월에 어디 마디가 있으랴만 그래도 어김없이 새해는 밝았다. 쏜살같은 시간이 어떠했든 우리는 다시 새 출발선에 선 것이다. 이 때만 되면 항상 희망을 바라보며 소망을 노래하고 싶어진다. 때때로 많은 꿈들 가운데 하나도 버릴 것이 없어 걱정이 태산이 될 때도 있다.

이런 고민의 해결 방법을 경제학의 기본 원리를 원용해서 찾아보기로 하자.

경제이론의 대전제는 인간의 욕망이 무한하다는 것이다. 두더지 게임에서 익살스러운 표정의 두더지가 튀어나와 간신히 때려 들여보내면 이곳 저곳에서 다른 두더지가 새로운 얼굴로 튀어나오듯 우리의 욕망 역시 충족되는 순간부터 또 다른 욕망이 솟아난다. 아파트를 하나 장만하고 나면 좀 더 큰 평수의 아파트에서 살고 싶어하고, 적금을 타고나면 재산을 더 불리고 싶어한다. 더 큰 권력을 잡고 싶어하며, 더 높은 명예를 얻으려고 한다.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싶어하고, 무병장수를 누리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것을 모두 누릴 수 없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물질적 욕망을 달성할 수 있을 만큼의 소득이 자신에게는 없다는 것을 알며, 개인이 누릴 수 있는 권력과 명성 또한 유한한 것임을 알고 있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끝없는 욕망을 충족시켜줄 수단이 부족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유한한 수단을 이용해 가장 바람직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희소한 자원을 어떻게 사용해야 효과적인지를 모색하는 것이 바로 선택을 하는 일인 것이다. 선택을 한다는 것은 다양한 욕망 중에서 가장 절실한 것을 취하는 것이다. 그 밖의 것들은 버리거나 희생시켜야 한다. 하지만 두더지 같은 욕망을 갖고 사는 우리는 선택 행위에서 나타나는 두 가지의 발생 가능성을 자주 잊는 습성이 있다.

하나는 우리가 늘 얻으려고만 한다는 것이다. 아침 출근 시간에 매고 싶은 넥타이를 서너개 골라놓고 거울 앞에서 망설일 때를 상상해 보자. 욕심을 부려 매고 싶은 넥타이를 모두 매고 출근했다면 직장 동료들에게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우리 옛 속담에 잡은 토끼 놓아주고 뛰는 노루 잡으려 한다는 말이 있다. 과연 그 사냥꾼은 무엇을 손에 쥐었을까? 

다른 하나는 버린 것에 대해 미련을 갖는 경우이다. 적어도 버린 것은 얻은 것보다 큰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포기한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그 사소한 것에 자꾸 미련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미련한 일인가.

언젠가 어떤 신부님으로부터 거지가 갖고 있는 거지보따리는 뺐지 말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거지가 거지같은 인생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 쓸데없는 거지보따리를 버려야 하지만, 거지는 그 보따리를 자신의 목숨처럼 여기기 때문에 그것을 인위적으로 빼앗으려 하다보면 자칫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결국 경제적 사고가 시사하는 것은 평범하다. 어떤 선택이든 얻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잃는 것도 있다는 점이다. 이 때 합리적 선택이란 얻는 것이 잃는 것보다 크거나 같다는 것이다. 즉 모든 것을 얻으려 하지말고, 버린 것에 대해서는 미련을 갖지 말아야 한다.

새해가 밝았다. 신년에는 얻은 것에 만족하고 버린 것에 미련을 버리는 지혜를 터득해야 하겠다. 목이 긴 항아리 속에 든 사탕을 한 손 가득 쥐고 놓을 줄 몰라 손을 빼지 못하는 우는 범하지 않아야겠다. 내게 필요한 양만큼의 사탕을 잡은 것에 대해 만족할 줄 알아야겠다. 아울러 필요 이상의 사탕은 버릴 줄도 알아야겠다. 잘 선택했다는 것은 잘 버렸다는 것이고, 잘 버렸다는 것 역시 잘 선택했다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김 광 식 < 충청대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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