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대 경영학과

 

톨스토이의 유명한 ‘안나카레니나’는 이렇게 시작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각각 제각각이다.” 기업의 성공사례는 살아있는 교재이다. 그러나 성공한 기업도 언제가는 흥망의 길을 걸을 수 있다. 오히려 실패사례는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교훈을 제공하기 때문에 더욱 호소력있게 다가온다. 세상이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생태계를 구성하는 기업의 흥망사는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크다.

최근 미국 유통업체 시어스의 지주회사인 시어스홀딩스가 뉴욕주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한때 시어스는 시어스백화점과 대형마트 ‘K마트’를 보유하며 한때 미국 최대 유통업체의 강자였다. 그러던 시어스가 설립 126년만에 쓸쓸한 퇴장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경제성장의 산업화 초기에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은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다. 관문은 시어즈 백화점 납품이었다. 시어스(Sears) 백화점에 납품하는 것 자체가 품질 공신력을 인정받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시어스는 유통혁신을 지속하면서 유통혁명의 새로운 사례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냈다. 그러던 시어스가 추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경영환경 변화에 둔감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시어스는 디지털 기반의 신흥 강자인 아마존과 이베이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시어스 경영진이 1970년대 미국 전역에 3천500개 점포를 운영했던 최대 유통업체라는 자부심을 내세우며 안주하고 혁신은 주저했다.

이를 통해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시장환경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는 사실과 혁신에 인색하면 회사 크기에 상관없이 한방에 훅 간다는 사실이다. 시어스의 실패 요인을 분석하며 “기업이 거대한 관료 조직으로 변하면서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보다 자신들을 보호하는 데만 몰두했다”고 경영전문잡지 포천은 일침을 가하고 있다. 

둘째, 핵심역량을 중요시해야 한다. 시어스는 1970년대 저출산 고령화라는 미국 인구 구조 변화를 고려해 금융 서비스사업에 적극 나선다. 고령화에 따라 소비가 줄고 저축이 늘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금융 서비스사업은 적자를 거듭했고 부진의 늪을 걷게된다. 1980년대 인수한 다수의 증권회사, 직접 설립한 생명보험사와 부동산회사들은 1990년대 모두 매각 처리됐다. 이를 통해서 시어스가 핵심역량을 키우지 못하고 사업 확장에만 골몰한 것이 실패의 큰 원인이었음을 배우게 된다.

셋째, 데이터의 중요성을 간과했다는 사실이다. 데이터는 의사결정의 원석이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미국의 경우 유통시장의 패권은 아마존이 절대강자이다. 데이터는 인간의 심리와 속성을 읽어내기 때문에 끊임없이 변한다. 천수답 농사처럼 소비자만 쳐다보아서는 안된다. 지속적으로 고객의 패턴과 심리상태를 읽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어스는 한때 30만명의 직원이 종사했다. 이제는 직원을 7만명으로 줄였고, 자산 매각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점점 늘어나는 부채를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다. 시어즈의 파산신청이 주는 교훈은 경영환경변화에 유연성 높이기, 핵심역량 강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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