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미호강의 수질개선을 위한 민·관·학 합동협의체가 만들어졌다. 4대강사업으로 3개의 수중보가 가로막힌 금강이 올여름 가뭄과 폭염에 맞물려 최악의 녹조현상을 겪게 되자, 금강본류 수량의 58%를 차지하며 오염부하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미호강의 수질을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생겼기 때문이다. 금강유역환경청과 각 지자체, 학계전문가, 환경단체가 함께 모인 첫 회의에서 두 가지 핵심적 키워드가 부각되었다. ‘참여’와 ‘협력’이었다.

수주합이원각이(水主合而源各異)라는 말이 있다. 물은 다른 근원에서 시작해 하나로 모여진다는 뜻이다. 물방울이 모여 도랑이 되고, 도랑이 모여 큰 강물을 이루게 된다. 강은 스스로 모이는 동시에 온갖 생명들을 모은다. 생명을 키우는 요람이다. 강은 사람도 모은다. 강가에 마을과 도시가 형성되고 나면 오폐수나 폐기물 같은 문명의 부산물이 발생하게 되는데, 강은 이 조차 품어준다.

미호강은 충북 음성 망이산에서 발원해 진천·청주를 거쳐 세종 합강리에서 금강에 합수하는 89.2㎢의 국가하천이다. 평야와 구릉을 흐르는 대표적인 모래하천이다. 모래하천은 물을 품어주고 뿜어주고 걸러주는 기능이 탁월하며 살기에 좋은 곳이다. 사람과 생명들에게 삶터와 서식지를 제공해 준 상생의 터전이다. 미호강 유역에 적어도 4~5군데 황새의 마지막 둥지가 확인됐다. 황새가 서식한다는 것은 하천과 주변 논습지의 수질과 생태계가 탁월했다는 근거이다. 고운모래로 형성된 특별한 환경에서만 서식이 가능했던 미호종개의 최초 발견지도 이곳이다. 비옥하고 광활한 미호평야 곡창지대를 빚어주었다. 농다리, 정북동토성, 소로리볍씨, 직지심체요절 등 수많은 문화유산과 평사절경 협곡과 같은 자연환경이 어우러진 곳이다.

사람이 유역을 독점하게 되자 환경은 악화되고 생물들이 떠났다. 도시 발달과 산업 발전 과정에서 과도한 유역개발과 하천이용이 이뤄졌다. 대단위 농업개발사업으로 수중보와 저수지가 축조됐고 하천정비와 4대강사업으로 하천구조는 획일화됐다. 공장, 건물, 축사들이 난립했고 오폐수가 유입됐다. 미호종개의 발견지엔 모래톱이 사라졌다. 미호종개의 마지막 집단서식지는 백곡저수지 둑높이기사업으로 수몰됐다.

아픔과 상처가 커지자, 미호강은 물환경을 개선하고 상생의 유역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한 사람들의 마음도 모으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 여러 기관단체들은 ‘미호강 상생협력 2020 프로젝트’라 명명한 자발적 협력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통합청주시 출범과 세종특별자치시 조성으로 인해 미호강에 대한 관심, 물환경 관리의 중요성도 급증했다. 도랑살리기, 유역관리방안 연구 및 정책토론, 하천돌봄이 구성과 주민하천관리단 운영, 미호종개 보전활동, 종합탐사와 기획취재, 관계기관 간담회 및 교류활동을 펼치며 상생과 협력의 기반을 다져왔다. 지난해에는 미호토피아 선언과 더불어 각계각층의 인사들로 구성된 ‘유역협의회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6·13 지방선거 때는 미호강 유역공동체 발전정책을 제안했다. 참여형 하천관리란 주민들이 하천관리의 주체로 나서자는 것이다. 협력적 유역관리란 민·관·산·학 유역구성원들이 함께 유역을 가꾸자는 것이다. 돌이켜 보니 상생의 터전 미호강에는 벌써 몇 년째 참여와 협력이 함께 흐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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