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새해가 밝았다. 광복 60년이 되는 2005년도는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 중요한 획을 긋는 사안들이 많은 해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자본열강국들의 시장확장 전략은 다자간 협상 뿐 아니라 쌍무협정 등을 통해 동원 가능한 제반 압력을 결코 멈추지 않을 태세다. 근대 제국주의 국가들이 군대를 진주시키는 방식으로 제3세계와 후진국들을 식민지화하던 고전적 방식이 다시 등장하는 한편 금융자본, 무역, 기술제휴, 부동산 매입, 문화진출 등의 현대적 점령방식이 동시에 다각화ㆍ다양화하고 있다. 점차 세계는 유일 초강대국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단일축의 질서체제로 재편되는가 하면 EU, ASEAN, APEC과 같은 형식의 중핵(中核)구도의 역할이 여전히 주요변수가 되고 있다. 그러면서 한 나라가 홀로이 살아갈 수는 도저히 불가능한 세상의 한가운데쯤 와 있다.

세계의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지역은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이라크에서도 대테러전이라는 미국의 명분과 민족해방전쟁이라는 아프가니스탄ㆍ이라크 저항세력의 결사항전 애국심간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지속된다. 콜럼버스의 아메리카(서인도) 발견과 함께 끊임없이 진행돼 온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역사는 아직도 계속되는 것이다.

동북아시아로 눈을 돌리면, 세계의 중심국을 그리며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중국의 질주가 아시아와 지구촌을 놀라게 한다. 더욱이 중국과 수천년 동안 부대끼면서 애증의 역사를 같이 써온 우리나라는 그들이 추구하는 동북공정의 직접 이해당사국으로서 더욱 긴장감을 요구한다.

장기 경제침체에서 비로소 깨어난 일본의 저력과 변함없는 군사대국화의 야망은 이제 인접국가의 이의제기만으로는 제어불능 상태임이 확실하다. 북핵문제는 같은 민족인 남한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러시아, 미국을 포함하는 6자회담의 지지부진에서 보듯이 당사국들의 복잡한 이해득실과 전략적 접근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는 당연히 고난도의 입체적 해결책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국제정치적 여건의 한복판에 놓인 대한민국의 2005년이 순탄하리라고 기대하기에는 무리일 수 밖에 없다. IMF 관리체제 당시보다도 더 극심한 경제위기 속에서 국력을 총결집해 경제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경제계는 경제계대로,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따로국밥이 된지가 한참이나 지나 경제의 몰골이 처참한데도 책임있는 자들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국정을 논해야 할 국회가 난장판이 되는 건 일상의 모습처럼 돼 버렸고, 무엇이 시급한 과제인지 어떤 정책을 우선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원초적 판단력마저 마비된 국회는 짜증의 대상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2005년에는 국회가 나라 살리는 정책을 생산하지는 못할 망정 고통속에서도 나름대로 살길을 찾으려는 국민들의 몸부림에 방해요인이나 되지 말아달라는 당부를 하고 싶을 정도다. 2004년 말과 2005년 초를 연결하는 겨울철을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거나 사실상 망하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체가 연이어 발생할 것이라는 각계의 예측이 빗나가기만 바랄 뿐이다.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중산층이 급격히 감소하고 상류층과 빈곤층으로 양극화하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난다. 상류층 20% 대 서민층 80%의 구도가 10 대 90으로 재편돼 빈곤의 평준화가 이뤄지고 있다.

2005년도 경제성장률을 정부는 5%, 민간경제연구소들은 4%대를 제시했다. 한국은행도 4.3%이다. 그러나 정부가 기대하는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도 어렵지만, 목표치를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증가하는 실업률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은 경제연구소마다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사항이다. 결국 2005년의 경제상황이 2004년보다 더 어려워질 거라는 얘기다.

사회계층, 지역, 세대, 이념을 달리하는 집단끼리의 대립구도가 완화될 전망도 보이지 않는다. 충청권과 비충청권, 여당과 야당간의 갈등하에 추진되는 신행정수도 건설 방식 또한 2005년에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충북지역은 신행정수도와 관련해 최대의 배후지 효과를 추구해야 하지만, 오송단지와 인접지역에 미칠 제한적 영향외에 어떠한 실리를 취할 것인지 현실적 고민을 소홀히 할 수 없다.

배후지라는 이름 얻는 걸 제외하고는 호남고속철도오송분기역, 기업도시, 공공기관 등에 유리하게 전개되거나 희망이 보이는 대상이 얼마나 되는가. 이처럼 낙관적 관측보다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출발하는 2005년도에 그래도 희망을 거는 근거는 난관에 굴하지 않고 거친 세대를 헤쳐온 민족적 저력을 믿기 때문이다. 2005년에 그 희망을 재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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