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장기화

극심한 내수 침체로 “체감 경기가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나쁘다”는 서민의 하소연이 1년 내내 그치지 않았다. 내수 경기의 대표적 지표인 소매업 생산은 사상 최장(最長)인, 21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했다. 소규모 식당 주인들의 ‘솥뚜껑 시위’가 서민 경제난과 불황을 웅변했다. ‘5%대 성장’을 공언하던 정부는 뒤늦게 “올해 성장은 4%에 그칠 것”이라고 인정했다.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

3월12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을 의결했다. 선거법 위반 등이 이유였다. 노 대통령의 권한 행사는 즉각 정지됐고, 5월14일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이 나고서야 회복됐다. 탄핵의 역풍은 예상외로 커서 4월15일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152석의 과반 의석을 얻었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탄핵을 주도한 야당은 참패했다.

▷신행정수도 건설 위헌 결정

10월21일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정부는 헌재 결정으로 즉각 사업을 중단해야 했다. 8월11일 신행정수도 입지로 결정됐던 연기·공주 등 충청권의 거센 반발, 여권의 헌재 공격 등 정치·사회적인 후폭풍이 거셌다. 정부 대책위는 내년 초 대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황우석 교수 인간배아 복제 성공

2월13일 서울대 황우석 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 복제 및 치료용 줄기세포 추출·배양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황우석 신드롬’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과학 붐이 일어났으며, 황 교수는 과학자 중 처음으로 국가요인급 경호를 받게 됐다. 사이언스지는 지난 17일자에서 황 교수의 연구 결과를 올해 10대 연구성과 중 세 번째로 뽑았다.

▷자이툰 부대 이라크 파병

지난해 9월 미 정부가 요청한 뒤 5개월여의 논란 끝에 지난 2월 국회에서 이라크 추가 파병 동의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안전상의 이유로 파견지가 키르쿠크에서 아르빌로 바뀌면서 파병이 지연됐다. 6월엔 이라크 무장세력에 납치된 한국인 김선일씨가 피살돼 큰 파문을 일으켰다. 우여곡절 끝에 8월부터 11월 말까지 3천600여명의 자이툰 부대가 아르빌에 파견됐다.

▷FTA시대 개막

1년4개월을 끌어오던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하고 4월에 정식 발효됐다. 11월에는 싱가포르와 FTA를 체결함으로써 동남아 진출을 향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유럽자유무역연합(EFTA) 등과 FTA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어서 FTA 시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북한 룡천역 폭발 참사

4월22일 오후 북한 신의주 부근 룡천역에서 석유와 LP가스를 실은 화물열차들이 충돌하면서 대규모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수천명의 사상자가 나고, 역 주변 600m 이내 건물이 모두 부서지는 대형 참사였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사고 사실을 빨리 공개해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했다. 남한의 민·관은 물론, 미국 일본 등 세계 각 국도 복구를 지원했다.

▷욘사마 열풍

KBS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 NHK에서 방영되면서 주인공인 탤런트 배용준을 일컫는 ‘욘사마’ 신드롬이 일본 열도를 뒤덮었다. 욘사마는 올해 일본 최고의 화제 단어로 선정됐고, 히트상품 목록에도 올랐다. 욘사마를 보기 위해 오는 일본 팬들로 대한민국은 수천억원대의 경제효과를 누리고 있다.

▷수능 휴대전화 커닝

11월17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휴대전화를 이용한 부정행위와 대리시험으로 얼룩졌다. 광주에서 시작된 부정 파문은 곧 전국으로 확대됐으며, 수험생 등 374명이 입건되고 314명의 성적이 무효 처리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특히 충북 청주에서 발생한 ‘학원장이 낀 조직’ ‘대물림 커넥션’까지 밝혀지면서 사회에 만연한 학벌 지상주의의 폐해와 도덕불감증을 여실히 드러냈다.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 체포

연쇄살인범 유영철(34)이 7월18일 체포됐다. 이혼당한 뒤 여자를 혐오하게 됐다는 그는 작년 9월부터 출장마사지 여성, 부유층 노인 등 21명을 잔인하게 살해했다. 한 사람이 저지른 살인 숫자로는 정부 수립 이후 최대였다. “100명을 죽이려 했는데 빨리 잡혀 아쉽다”고 하는 등 뉘우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던 그는 12월13일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동남아 지진 7만명 이상 사망·실종

12월26일 오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인근에서 규모 8.9의 강진이 발생했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스리랑카, 인도, 태국 등 동남아 일대에서 사망·실종자 수가 7만명 정도로 최근 40년 사이 가장 강력한 지진으로 알려졌다. 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해일은 동부 아프리카 해안의 소말리아까지 밀어닥쳐 12월30일 현재까지 7만6천여명이 사망·실종됐다. 한국인 등 동남아 관광객들이 피해를 입었다.

▷화성에 물 흔적 발견

유럽의 화성탐사선인 ‘마스 익스프레스’호가 지난 1월 화성에서 얼음을 발견한 데 이어, 미 항공우주국(NASA)의 쌍둥이 탐사로봇 스피릿과 오퍼튜니티가 잇달아 화성에 착륙해 물 흔적을 뒷받침하는 사진 자료들을 지구로 전송하고 광물 성분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은 이를 토대로 오래 전 화성에는 물이 존재하고 생명체도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테러… 테러… 테러…

전 세계가 테러공포 속에 보낸 한 해였다. 지난 3월11일 알 카에다가 스페인 총선을 사흘 앞두고 저지른 마드리드역 열차 폭파 테러로 무려 1천400여명의 사상자가 났다. 또 9월1일 체첸 반군들의 북오세티아공화국 학교 인질 사태로 330여명이 살해됐다. 이 밖에 중동·동남아 등지에서 테러가 계속 됐다.

▷이라크 사태악화

연합군 임시행정처(CPA)는 지난 6월28일 이라크에 주권을 전격 이양했지만, 폭탄 테러와 외국인 납치·살해 등 치안부재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외국인은 한국의 김선일씨 등 159명이 납치돼 33명이 살해됐다. 또 미군의 아부 그레이브 교도소 내 이라크 포로 학대 사실도 드러나 전 세계의 분노를 샀다. 미군 전사자도 1천300명을 넘어섰다.

▷부시 美대통령 재선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지난 11월2일, 초박빙의 대통령 선거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케리 후보는 이라크 침공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맹공을 가했고 국제사회 여론도 케리를 선호했지만, 미국민들은 강력한 전시 지도자 이미지를 강조한 부시를 선택했다.

▷고유가 세계경제 강타

지난 10월25일 뉴욕상업거래소 기준유가가 1배럴에 55.67달러로 국제 유가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 세계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라크 사태 악화와 중국 등의 수요 증가, 투기 극성 등이 가격 상승의 주 원인. 유가는 이후 하락세를 보였으나,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합의 등 불안 요소는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中 후진타오 체제 출범

장쩌민(江澤民) 중국 중앙군사위 주석이 9월 완전 퇴진하고 후진타오(胡錦濤) 공산당 총서기 겸 중국 국가주석이 군 통수권까지 승계했다. 공산당·정부·군 등 3권을 모두 장악한 ‘후진타오 시대’를 개막으로 중국은 2차대전 이후에 교육받은 세대로 지도부가 전면 교체됐다. 또 공산혁명 이후 최초로 기존 지도부 숙청 없이 이뤄진 ‘평화적 권력 승계’라는 의미도 있다.

▷아라파트 PLO의장 사망

40여년간 팔레스타인 독립 투쟁을 이끌어 온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75)이 11월11일 프랑스 페르시 군 병원에서 숨졌다. 그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지지와 서방국가들의 비난을 받았다. 향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온건파인 아부 압바스가 이끌 것으로 예상되나 강경파들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유럽통합 ‘슈퍼EU’ 출범

폴란드·헝가리·슬로바키아·체코·슬로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몰타·키프로스가 지난 5월 1일 유럽연합(EU)에 추가 가입, EU회원국이 15개국에서 25개국으로 늘어났다. EU가 동유럽으로 확대됨에 따라 2차대전 후 동서로 분단됐던 유럽이 마침내 재결합했다는 역사적 의미와 함께 EU는 명실상부한 유럽의 대표기구로 자리잡았다.

▷북핵 논란 계속

대량살상무기(WMD) 개발로 인해 국제사회의 골칫거리였던 이란·리비아·북한은 올해 다른 길을 걸었다. 이란은 미국의 유엔 안보리를 통한 경제제재 압력 속에서, 11월14일 우라늄 농축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작년말 WMD 개발을 전면 포기한 리비아는 올 한 해 친(親)서방 노선을 취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6월의 3차 6자회담 참석을 마지막으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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