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대 식 < 최윤철 법률사무소 사무장·법학박사 >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2004년 한해도 저물어 가고 있다. 뒤돌아보면 올 한해는 국가 전체가 총체적인 위기의식속에서 많은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침체로 인해 국민들의 고통이 부가(倍加)됐던 한해였다. 헌정사상 초유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심판제청은 의회와 행정부가 정면으로 충돌한 사건으로 헌법재판소가 기각결정을 하기까지 대통령의 직무가 2개월간 정지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스스로 헌법을 경시하는 것은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과 같은 모순을 가지고 있음으로 대통령에게 헌법을 준수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또한 정부가 추진하던 신행정수도이전을위한특별법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는 위헌결정을 함으로써 그동안 헌법재판소의 존재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던 국민들에게 헌법재판소의 위상이 무엇인지를 각인시켜준 한해이기도 하다.

물론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인해 신행정수도가 입지할 것이라고 발표된 충청권에서는 헌법재판소를 타도해야 한다는 울분의 목소리가 울리기도 했으나 그 이전에 대선공약으로 발표된 신행정수도이전문제를 국민들의 공감대나 지역적인 균형발전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하고 무계획적으로 추진한 행정부의 밀어붙이기식 행태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경종을 울린 사건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여당과 야당은 국민들의 민생법안은 외면하고 이른바 4대 법안(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과거사진상규명법, 언론관계법)의 존폐 여부를 놓고 생사를 건 듯한 극한 대립으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 더군다나 국가보안법에 대해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에서 그 필요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했음에도 여당에서는 폐지를 당론으로 정하고 있는바, 불필요하게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한 개정은 몰라도 무조건 폐지를 하자는 것은 현재 우리현실을 고려할 때 심사숙고가 필요하며, 언론관계법개정도 정부의 언론 길들이기를 위한 사전포석이라면 개혁을 지향한다는 현정부의 외침과는 사뭇 거리가 멀다.

얼마전 박기정씨가 언론재단이사장에 선출되었는데 정부가 임명거부 방침을 세우고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을 임명하기 위한 것이라는데 그 인사는 박기정 이사장과 경합관계에 있다가 탈락한 사람이다. 이러한 정부의 횡포는 비단 이번 인사에 국한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계속될 수 있다는 데 심각함이 있다.

IMF이후 실직으로 고통받던 국민들이 겨우 어려운 터널을 벗어나는 듯 했으나 최근에는 IMF이전보다 더 살기 어렵다는 국민들의 자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디에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던 2004년도였다. 얼마 전에는 남아시아를 지진해일이 강타해 사망한 사람이 5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는 뉴스가 보도됐으며 한국인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매우 불안하고 어수선한 한해였다. 국내에서 정부도 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고, 정치인들도 국민의 믿음에 실망만을 안겨준 한해였다.

이제 이러한 좋지 않았던 기억들은 깨끗이 털어내자. 새로운 희망의 새해가 밝아오고 있지 않은가. 새해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부분에 있어서 각인들이 모두 나름대로의 소망을 성취하고 국가적으로 보다 안정되고 지속적인 발전을 향해 용솟음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을유년이 됐으면 싶다. 그 속에서 국민들이 국태민안(國泰民安)과 풍요로움을 기원하고 새로운 희망을 쏘아 올리는 희망의 한해이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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