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에 있었던 실화(實話)다. 부산에 거주하는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웃어야할지 울어야 할지 변해가는 효심(孝心)이 퇴색해가는 쓸쓸 한 뒷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추석명절에 시가에 간 두 며느리 형제이야기다. 조상에 차례(茶禮)를 잘 모시고 좋은 며느리로 칭찬받으며 뒷마무리도 잘하고 시댁을 떠나는 날이 되었다.

큰 며느리는 종가에 종부(宗婦)로 모든 것을 참고 평소와 같이 남은 음식을 시어머님이 싸주시는 데로 거부하지 않았지만 작은 며느리는 안 가져간다고 미리 이야기를 하니 주지 않고 수고했다하고, 큰 며느리만 검은 봉지에 쌓아 주었다. 큰며느리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인사드리고 돌아가던 중 함안 휴게소에 들려 음식이 마음에 달갑지 않아 쓰레기통에 버리고 귀가했다. 집에 도착 하자마자 시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큰애야 수고 많았다. 작은 애 눈치 첼까 봐 검은 봉지에 300만원을 넣었다. 너희들 먹고 싶은 것 사먹고 옷도 하나 사 입어라. 손자들도 좋아하는 것 사주고 해라. 어미가 날품삯으로 모은 돈이다. 만 원짜리 도 있고 오만원짜리도, 오천원짜리도 있다. 다음에 또 벌면 줄게.”

전화를 받은 며느리는 하늘이 노래졌다. 허겁지겁 함안 휴게소로 달려가 가득 쌓인 쓰레기통을 뒤졌지만 어찌 그 검은 봉지를 찾을 수 있겠는가. 큰 며느리는 마음이 아파 생병을 앓았다. 살다보면 누구에게도 말 못할 사연이 있겠지만 그 며느리에게는 시어머님이 주신 검은 봉지 생각을 한평생 가슴에 안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그에게는 비록 300만원을 잃었지만 3천만원 이상의 뉘우침과 가르침, 부모님의 깊은 사랑의 의미가 검은 봉지 속에 담겨 있으리라. 전국적으로 이런 일이 많아 쓰레기를 그냥 처리 하지 말고 내용물을 확인하고 버린다고 한다.

하지만 시어머님이 쌓아주시는 음식이 마음에 안 든다고 버리는 것은 모정(母情)을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검은 봉지 속에 돈이 들었다하여 마음 아파하는 것이라면 시어머니 사랑을 버리는 것보다 돈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세상에 모정(母情)만큼 아름다운 사랑이 어디 있을까. 자신은 날품 팔아가며 어렵게 한푼 두푼 모은 돈이지만 자식을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주는 것이 검은 봉지에 들어있는 시어머니 사랑이 아니던가. 그 사랑은 황금보다 더 숭고한 사랑이다. 항상 자나 깨나 자식걱정, 손자 걱정하시는 시어머니의 사랑! 동그라미를 그리듯 시작도 끝도 없는 무한한 사랑이 그 검은 봉지에는 담아 있으리라. 어찌 그 사랑을 잊을 수가 있을까, 외롭고 쓸쓸한 늙은 어머님 살아 실제 섬길 일 다 하는 것은 멀리 보면 바로 나와 내 자식을 위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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