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옛날 어느 고을에 새로운 사또가 부임해 왔다. 그런데 이 사또는 이상하게도 관가의 기생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루는 아침 조회 때에 이방이 나서서 사또에게 아뢰었다.

“사또나리 혹시 마음에 두고 있는 여인이 있으면 저희에게 말씀해주십시오. 저희가 즉시 그 여인을 사또나리 앞에 대령하겠습니다.”

그러자 사또가 너스레를 떨며 말하였다.

“사실은 내가 이곳에 온 첫날, 어느 집 앞을 지날 때 마당에서 절구질을 하는 어여쁜 아낙을 보았다. 그 옆에는 남편이 일을 도와주고 있었다. 그 모습이 참으로 금슬 좋은 부부 같았다. 그러니 그 아낙을 한 번 데려올 방도가 없겠느냐?”

이에 이방이 아낙을 찾아가 사또께서 부르신다고 하였다. 그러자 아낙이 대답했다.

“사또께서는 우리 고을에서 가장 높으신 분이니 부르시면 마땅히 가야하지요. 그런데 제가 결혼한 몸이라 사또께 가기는 가되 남편의 허락을 받아야만 갈 수 있습니다.”

이방이 빈손으로 돌아오자 사또가 그러면 그 남편을 관아로 불러들이도록 했다. 갑자기 남편이 관아에 간다기에 아낙이 말했다.

“관아에 가거든 사또께서 묻는 말에 우물쭈물하거나 바로 대답하지 말고 반드시 집에 가서 하루 생각해서 대답하겠다고 하셔야 합니다.”

남편이 관아에 들어가자 사또가 앞으로 불러 세우더니 말했다.

“내가 문제를 낼 것이다. 만약 세 문제 중에 하나라도 맞히지 못하면 너는 네 아내를 관아에 바쳐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모두 맞출 경우에는 너에게 농사지을 땅을 하사하겠다. 첫 번째 문제이다. 저 부용당 연못의 물은 술잔으로 몇 잔이나 되겠느냐?”

남편은 꼼짝없이 아내를 빼앗기게 되었다고 낙심을 하고 하루 시간을 달라고 했다. 집에 와서 아내에게 사실을 이야기 했다. 그러자 아내가 걱정하지 말라며 정답을 알려주었다. 다음날 남편이 관아에 가서 말했다.

“정답은 부용당만한 잔으로 한 잔이 되겠습니다.”

뜻밖에도 정답을 말하자 사또는 깜짝 놀랐다. 이어 인상을 쓰며 다음 문제를 내었다.

“저 앞산에 백백칠칠 서 있는 나무가 모두 몇 그루나 되겠느냐?”

남편은 다시 고민하며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말했다. 그러자 아내가 너무 쉬운 문제라며 답을 알려주었다. 다음날 남편이 관아에 가서 말했다.

“사또께서 말한 대로 하면 백백이면 이백에 칠칠이 사십구이니 모두 249그루입니다.”

이번에도 정답을 말하자 사또는 화가 났다. 그러면서 세 번째 문제를 내었다.

“그럼 내 목을 달면 몇 근이나 나가겠느냐?”

남편이 돌아와 문제를 이야기하자 아내가 듣고는 낄낄 웃으며 정답을 알려주었다.

다음날 남편이 관아에 가서 말했다.

“사또나리의 목은 열다섯 근 나갑니다. 의심이 나면 확인하셔도 좋습니다.”

이 말에 사또는 자신의 목을 벨 수 없는 일이라 꼼짝없이 당하고 말았다. 결국 약속대로 땅을 상으로 주었다. 이는 예부터 전해오는 민담에 있는 이야기이다.

부창부수(夫唱婦隨)란 남편이 부르고 아내가 이에 따른다는 뜻이다. 화목하고 화합하는 남녀를 의미한다. 가장 좋은 부부의 인연이라면 그건 바로 화목이다. 결혼을 앞둔 사람이라면 새겨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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