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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유필주는 달랐다. 다른 사람들은 이제껏 해오던 장사 방법을 바꾸려하지 않았디만 유필주는 그런 생각을 깨고 산지에 가서 직접 물산들을 사올 생각을 했다. 산지까지 가서 직접 물산들을 구입하니 값이싼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었고 물건 질 또한 상품들로만 선택해서 가져올 수 있었다. 사람 마음만큼 간사한 것은 없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데, 값이 싼데도 불구하고 물건 질까지 좋으니 유필주네 상전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당연했다. 유필주는 그런 장사 수완으로 엄청난 부를 누릴 수 있었다. 비록 칠패에서 장사를 하고 있지만, 유필주는 한양의 장들을 장악해가며 시전상인들 못지않은 상권을 가지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여러 척의 배를 강에서 운용하며 산지에서 물산들을 들여와 자신의 상전을 통해 도성 안팎에 물건을 대주고 있었다.

“윤 객주! 반갑소이다!”

유필주가 윤왕구 객주를 보자 반색하며 반겼다.

“유 선주! 아차 내 정신머리 좀 보게. 선주 그만둔 지가 언젠데 아직도 입에 붙어 선주 소리부터 나오네. 유 거상! 그동안 어찌 지내셨소이까?”

“거상은 무슨, 배 몇 척 가지고 선주도 과분하다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소이다.”

유필주가 최풍원을 자신의 상전 안으로 이끌었다. 상전은 바깥에서 보기보다 안으로 들어서니 훨씬 더 번듯하게 구색을 갖추고 있었다.

“자네도 인사 여쭙게!”

“난, 장사꾼 유필주요. 먼길 오느라 고생이 작심하셨겠네.”

윤왕구 객주가 옆에 서 있던 최풍원을 보고 유필주에게 인사할 것을 권하자 유필주가 먼저 선수를 쳤다.

“저는 청풍 북진에서 온 최풍원입니다.”

자신의 나이보다도 갑절은 많아 보이는 유필주로부터 먼저 인사를 받는 꼴이 된 최풍원이 당황해하며 정성을 다해 인사를 했다.

“이번에 시전 함 대고로부터 큰 물량을 하나 받았다면서?”

유필주가 인사는 최풍원으로부터 받으며 동시에 입으로는 윤왕구 객주에게 물었다.

“남사스럽네. 한양 경상들에 비하면 비린내 나지 않겠는가?”

최풍원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알짜는 다 빼가면서 무슨 소리를 하는 겐가?”

“사람이 너무 점잔을 빼도 욕 얻어먹는다네.”

“욕먹을 점잔이라도 뺄 게 있었으면 좋겠네!”

“누가 양반곳아니랄까봐 충청도 사람들 점잔은 알아줘야 해! 그건 그렇고 이번 한양 행차는 공납차 온 길일 테고, 우리 상전에는 그저 나들이 삼아 온 건 아닐 테고 무슨 일이신가?”

“실은 공납품 외에 다른 특산물을 더 가지고 왔다네. 여기 최 대주 물건인데 아주 상상품들이라네. 한 번 보고 의향이 있으면 흥정을 해보세!”

윤왕구 객주가 유필주 거상의 물음에 본론을 꺼냈다.

“의향은 무슨 의향인가? 장사꾼이 물건이 있다는데 열 일 제치고 봐야지! 그래 물건은 어디 있는가?”

“아직은 삼개나루 경강선에 실려 있는데, 마덕출 여각주인이 생각이 있는 것 같네.”

윤왕구 객주가 마덕출 이야기를 꺼내며 재빠르게 유필주 표정을 살폈다.

“마덕출이하고 나 사이에 저울질을 하고 있는 게구먼!”

유필주가 윤왕구 객주를 보며 씨익 웃었다.

“그건 아니고, 요즘 한양에 도는 금을 잘 모르니 그걸 좀 알아보려는 것일세!”

“물건 값 오르내리는 것이야 귀신도 모르는 일이고, 물건을 일단 봐야하니 우리 집사를 삼개로 보내보겠네. 그러려면 시간이 좀 걸릴 테니 윤 객주는 어찌할 텐가? 일이 없으면 우리 상전에서 밀린 얘기나 하면 될 텐데, 내가 약조된 일이 있어 출타를 했다가  저녁 해거름에나 돌아올 텐데…….”

유필주가 모처럼 만난 윤왕구를 박대하는 것만 같아 미안해 했다.

“마음 쓰지 말게나! 나도 시전 함 대고에게 가는 길에 잠시 들렸다네. 나도 일을 봐야하니 자네도 소간 보고 오게. 나도 시전에 갔다가 삼개가는 길에 다시 들리겠네.”

윤왕구 객주와 최풍원이 칠패장의 유필주 상전에서 나와 시전으로 향했다.

“객주 어른, 칠패 유 상전에는 그 일로 들르신 건가요?”

“아무리 똑같은 물건이고 값이 정해져 있다 해도 똑 고를 수는 없다네. 그러니 흥정이 있는 것이지. 그러니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면 여기저기 소문을 내야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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