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에 유행했던 코미디언의 말 중에 “그런 거야? 이래도 되는 거야?”라는 것이 있다. 시청자를 웃기려는 한 신인 코미디언이 만들어낸 말이지만 연말의 어수선한 정국에 국민들이 정치권을 향해서 내뱉을 말로 딱 맞는 것 같다.

지난 시절의 정치권은 그래도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할 쯤 이면 새해에 대한 희망적인 메시지로, 일 년 동안 국민들을 실망시킨 것에 대한 반성의 말이라도 내놓는 것이 상례였다.

비록 정파끼리 한 해 동안 서로 지지고 볶았을지라도 송구영신의 도를 알았던 것이다. 그것이 소위 말하는 정치의 길이고 민의를 두려워하는 정치인의 자세였다.

그런 멋은 독재시절의 정치에서도 권위주의 시절의 정치에서도 있었고, 소위 말하는 문민이나 국민의 정부라 일컫던 몇 년 전의 정치판에서도 그런 멋과 낭만은 있었다. 

여당 초선의원 국보법 폐지 목매

그랬던 정치가, 소위 민주주의가 꽃피었다고 스스로 칭하는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멋과 낭만은커녕 오도된 결벽증과 외고집으로 가득 차 버렸다. 여론을 외면하고 서민들의 어려운 살림살이에는 관심이 없으며, 자기주장만을 내세우는 편협한 외고집은 위아래를 구분 못하는 불손함과 경망스러움과 더불어 국민들의 혀를 차게 했다.

소위 386 운동권 출신 여당 초선들은 이 해가 저물기 전에 국보법 폐지를 관철하는 것만이 그들 정치의 모든 것인 양 매달리고 있다. 가라앉은 서민 경제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차가운 겨울임에도 늘어만 가는 지하도 노숙자들의 안타까운 모습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오로지 국보법 연내 철폐 관철만이 그들에게 주어진 사명인 것처럼 보인다.

이들이 국보법 연내 폐지를 내세우는 이유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고 이 나라의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라지만, 국보법이 철폐되면 정말 정체성이 지켜지고 이 땅의 민주주의가 완결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무엇이 완결인지 몰라도 인간 사회라는 게 거듭되는 시행착오와 개선을 통해 발전하는 것이지, 영원한 완결은 없는 것이 상식이 아니겠는가? 

민주사회라는 게 다수 국민들의 뜻을 따라 정치를 펴는 사회일 것이다. 지금 절대 다수의 국민들은 국보법 폐지보다는 개정이나 존속을 바라고 있다. 또 국보법 논란보다는 얼어붙은 경제를 녹이고 서민들이 편히 먹고 살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금 여의도 국회에서는 운동권 출신의 여당 젊은 초선들이 국보법 폐지 연내 관철을 위해 철야 농성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민초를 위해 한 몸 바치겠다며 한 표를 호소하던 그들의 공약은 허공에 메아리친 격이 돼버렸다.

다만 학생시절 반독재 투쟁을 하듯 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들은 이상과 현실을 혼동하는 이 시대의 정치 초년들의 우둔함과, 편협함과 옹고집을 발견하고 암담한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며칠 안 남은 2004년이 해넘이 고개를 넘기 전에 그들의 주장대로 국보법이 철폐되면 과연 이 나라의 경제가 살아나고, 민주주의가 꽃필 수 있을 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밀어붙이기 후폭풍 맞을 것

그들의 무모한 극한 행동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생각은 그들의 생각과는 전혀 다르다는 사실은 당장 길거리로 나가서 30분만 시민들의 여론을 들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조금이라도 정치에 관심을 두는 식자들이라면 여론을 먹고사는 이들 정치인들이 외고집을 부리는 진짜 이유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속내를 이미 파악하고 있을 만큼 깨어 있는 것이다. 그런 국민들 앞에서, 여야 합의로 4대 법안을 처리하라는 국민의 뜻을 끝까지 어기고, 여야 합의 도출없이 소위 그들의 말대로 국회법 운운하며 다수의 힘으로 일방 통과시키게 된다면 분명 거센 국민적 저항을 불러올 것이고 예측할 수 없는 후폭풍에 파멸을 맞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여론을 외면하고 여야 합의 없이, 오로지 남은 달력 한 장에 정치의 명운을 걸고 국보법 폐지를 주장하는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에 대해 지금 국민들이 이런 말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그런 거야? 이래도 되는 거야?”

박규홍 (서원대 수학교육과 교수)

 

박 규 홍  < 논 설 위 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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