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인 9일 전국 각지에서는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가치를 되새기는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전국 각 지방에서 세종대왕 즉위 600돌을 기념한 세종대왕문화제를 비롯해 다양한 한글날 행사가 개최됐다. 

이렇듯 한글날을 맞아 한글의 중요성을 새롭게 각인시키고 그 가치를 공유하는 행사도 중요하지만 전국의 각 지역마다 점점 사라져 가는 지방 고유의 사투리나 방언의 보존과 발굴 작업이 시급하다. 일부 지역의 경우 자치단체가 해당 지역의 사투리와 방언 등 고유한 언어를 보존하기 위해 여러 가지 학술적인 작업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충청도의 경우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글날 각종 행사로 하루 축제처럼 즐기는 일보다 이제는 미래 후손들을 위해 점점 잊혀 지거나 사용을 안 해 퇴화돼 가는 지역의 고유 언어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이의 보존과 발굴 작업을 진행해야 할 때다. 지방의 언어는 각 지역을 상징하며 지역민의 삶과 문화가 녹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글과 함께 지방의 언어는 인류의 소중한 유산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정부는 북한과 함께 겨레말 큰 사전 공동편찬을 시작한바 있다. 우리  말이 잘 보존돼 있는 북한의 말을 사전으로 담는 작업은 이미 많은 고어들이 사라진 남쪽의 환경을 생각했을 때 매우 중요한 작업이었다. 정권이 바뀌면서 겨레말 큰 사전 공동 작업이 중단됐다. 이제 남북관계가 평화분위기로 전환된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재추진해야 할 일이다. 다행히 이낙연 총리는 이번 한글날 경축사에서 겨레말 큰 사전 공동 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북한도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으로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 하루 빨리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글의 창제는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경우이다. 글자의 창제 목적이나 글자의 형태를 보더라도 한글은 특별하게 유지되고 지켜져야 할 우리 겨레의 값진 유산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변형되고 잊혀지는 것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겠지만, 지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일마저 하지 않는다면 잊혀지는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다.

한류열풍을 몰고 온 가수 방탄소년단에게 정부는 문화훈장을 수여했다. 이유는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 위해 전 세계 팬들이 한글 노랫말을 받아 적고 함께 부르니 전 세계에 한글을 알리는 파수꾼 역할을 한다는 점을 높이 샀다.

한 나라의 언어 사용자가 많아진다는 것은 세계에서 그 나라가 차지하는 힘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예인들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져 한글이 널리 보급되는 것 역시 문화적으로 국력이 성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방탄소년단의 역할은 수많은 한글 학자들의 역할보다 우위에 있으며 그 파급력 역시 세다고 할 수 있다.

겨레의 말과 글을 지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일상생활 속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특히 각 지역의 지방정부는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지방 고유의 사투리와 고어·방언들을 취합하고 발굴, 정리하며 자주 사용할 수 있는 정책 만들기를 당부하다. 매체의 발달로 전국의 말이 표준화 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느릿느릿하고 유연한,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단정한 충청도 사투리가 아주 잊힐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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