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부 도거리로 북진본방 상권을 넓히다 

최풍원도 어려서부터 배를 따라다니며 숫한 나루터를 보아온 터였지만 배에서 직접 마차로 짐을 옮겨 싣는 것은 처음 보았다. 대부분의 나루터에서는 배가 포구에 들어와 닻을 내리면 담꾼들이 배에 올라가 물건을 메거나 지고 갯벌 바닥으로 내려놓으면 다시 짐꾼들이 지게로 지거나 마차가 서있는 강가 언덕배기까지 옮기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러다보니 배로 싣고 온 물건이 필요한 사람에게 배달될 때까지는 여러 사람들의 노동력이 필요했고, 그만큼 일도 더뎠다. 북진나루만 해도 그랬고, 대선 같은 큰 배가 들어올 때는 뭍까지 배를 댈 수 없으니 힘은 배가되었다. 그런데 삼개나루에 와서 보니 강 중간까지 나무다리를 놓아 아무리 큰 배가 들어와도 그곳까지 마차가 다가가 직접 짐을 실을 수 있도록 시설이 되어 있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최풍원은 북진나루를 생각하며 삼개나루가 너무나 부러웠다.

물산들을 하역하는 배들은 최풍원네 공납품을 싣고 온 경강선뿐이 아니었다. 팔도에서 모여든 온갖 배들이 그 고장에서 싣고 온 산물들을 내려놓고 있었다. 특히나 서해의 남쪽 호남이나 강화도에서 올라온 배들에서 새우젓이나 젓갈류를 내리는 광경은 마치 놀이판 같았다. 젓갈이 담긴 무거운 독을 내리느라 틀가락을 끼워 서로의 어깨에 멘 담꾼들이 발을 맞추기 위해 부르는 소리는 듣고만 있어도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강가에는 갖가지 모양새의 팔도 항아리들이 조약돌처럼 빽빽하게 부려져있어 그 넓은 땅바닥을 가릴 정도였다. 세상에서 가장 큰새가 먹새라 하더니 한양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기에 수많은 배에서 부려지는 팔도 산물들이 대단했다. 조선 팔도에서 나오는 모든 산물들이 몽땅 한양으로만 올라오는 것만 같았다. 젓갈 종류도 가지가지였다. 기껏해야, 그것도 곰삭은 새우젓만 보아오던 최풍원에게 삼개나루에 부려놓은 서해 바다 것들이 신기하기만 했다. 서해에서 올라온 배는 크기와 모양부터 강배와는 달랐다. 최풍원의 물건을 내리는 경강선 옆에서도 어선 한 척이 하역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배는 어디서 온 배요?”

최풍원이 물었다.

“강경요!”

햇볕에 그을려 얼굴이 까무잡잡한 어부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강경이 어디요?”

“……?”

강경이 어디냐는 물음에 어부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대꾸도 하지 않았다.

“배에 실려 있는 섬들은 모두 소금이오?”

윤왕구 객주가 어부에게 물었다.

“신안 거요!”

“그렇다면 최고로 질이 좋겠구려!”

“이 양반은 뭘 아네 그려!”

“모두 얼마나 가져왔소?”

“오백 석이요.”

“석 당 얼마에 넘길 생각이오?”

“두 냥이오?”

“소금 한 섬에 두 냥이라고요!”

최풍원은 윤왕구 객주와 어부가 하는 소리를 들으며 깜짝 놀랐다.

강경에서 왔다는 어부가 말한 소금 값 때문이었다. 소금 한 섬에 두 냥이라면 거저나 다름없었다. 북진에서의 소금 한 섬은 닷 냥 언저리에서 팔렸다. 그러니 반값도 되지 않는 아주 싼 값이었다. 만약 삼개에서 소금 백 석만 가지고 북진으로 간다 해도 어렵지 않게 삼백 냥을 벌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아무리 신안 소금이라 해도 두 냥은 너무 받는 것 아니오. 거기 바닥에서 거래되는 금이 빤한데 그러면 누가 그걸 사겠소이까?”

윤왕구 객주는 두 냥도 비싸다며 어부에게 핀잔을 주었다.

“우리는 두 냥을 거저먹는 줄 아오? 풍랑 거친 바다를 헤치고 예까지 올라오려면 하루에도 몇 번이나 저승 문턱을 갔다 오는 줄 아슈? 한양 사람들은 앉은 자리에서 받아먹기만 하니 촌사람들 등골 빠지고 우리네 목숨 줄 왔다갔다하며 여기까지 가져온다는 걸 알기나 하슈?”

윤왕구 객주의 말에 어부는 못마땅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외줄 타듯 사는 것은 다 한 가지지, 누구라고 별다르겄소?”

“풍랑 한 번 겪어보지 않았다면, 그런 야짓잖은 소리 하지도 마슈!”

어부가 분통을 터뜨렸다.

“사는 게 모두들 녹록치 않다는 얘기니 너무 서운하게 듣지 마시오!”

윤왕구 객주가 어부를 달랬다.

“우리네 뱃놈들이야 평생 그런 대접을 받고 살아왔으니 이제 와서 새삼 서운할 것도 없소이다!”

말은 그렇게 해도 어부의 표정은 달갑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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