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한 상태에서 저지른 교통사고와 강력범죄 등에 대해 법원의 판결이 미약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지만 정작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술에 취해 심지어 생명을 앗아가는 범죄를 저질러도 ‘심신미약’이라는 이유로 감형을 받아온 사례들에 대한 공분이 자리하고 있다. 앞으로 2년 뒤면 출소해 세상에 나오게 될 흉악범 조두순이 대표적인 예다.

국민들은 흉악범이던 조두순이 생각보다 지나치게 빨리 출소하게 된 것에 대해 경악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조두순 출소를 반대하는 청원 글이 쇄도하고 있다. 조두순은 2008년 12월 경기 안산의 한 교회 앞에서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다치게 한 혐의로 복역 중이다. 68세가 되는 2020년 12월 출소할 예정이다. 당시 조두순은 8세 여아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줬음에도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감경으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최근에는 음주운전 가해자들을 ‘도로 위의 살인자'로 지칭하고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만취한 상태에서 교통사고를 내 동승자 2명을 숨지게 한 뮤지컬 연출가 황민(45)씨 4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응한 뒤 법원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 모든 범죄에 대한 감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어서 음주문화와 제도 등 전반에 대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술로 인한 실수를 크게 생각하지 않는 수십년 간의 일반적인 인식과 음주 문화가 현재의 조두순 같은 판결을 만들어냈다. 음주범죄를 음주 탓으로 돌리려는 문화가 달라져야 하고 이의 범죄에 대한 인식개선과 처벌강화가 이뤄져야 한다.

실제 과거에는 정권 차원에서 음주운전자들에게 사면을 해준 적도 있다. 술 먹고 저지른 작은 잘못에 관용이라는 잣대를 대준 것이다. 하지만 초범이라고 하더라도 엄격하게 관리하고 오히려 죄를 무겁게 물어 엄벌해야 한다.

법학 전문가들 역시 음주 운전은 일반 주취 범죄와 별개로 살인에 가깝기 때문에 처벌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법원이 주취상태를 심신미약이라며 관대하게 인정해준 것이 현재의 상황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누구나 술에 취하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인식을 하고 술을 먹어야 하며 술을 먹었다고 감형을 해주는 것은 맞지 않다.

법조계 의견은 분분하다. 법원이 양형 단계에서 음주에 따른 심신상실 감형을 필요 이상으로 해서 선고하고 있다는 지적과 음주에 대해서만 심신상실로 인한 감경을 배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팽팽히 맞선다. 현재 20대 국회에 계류돼있는 음주 감형 폐지법안은 6건이다. 그중 2016년 7월 29일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등 38명이 발의한 형법 개정안으로, 형법 제10조에 새로운 항목을 신설해 음주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의 약물에 의한 심신장애의 경우 감형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이다.

지난해 11월 ‘주취 감경을 폐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1만여 명이 서명한 이후에는 민주당 윤후덕 의원과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도 비슷한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이들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잠들어있다. 음주 범죄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제 음주 감형 폐지를 위한 형법 개정안을 시급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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