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수준이 향상되고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살기 좋은 지역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 살기 좋은 지역의 조건으로 자연 친화적인 환경과 편리한 교통, 다양한 편의시설 등 여러 가지를 들지만 빼놓지 않는 게 교육과 의료다. 역대 정부가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을 목표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면서도 효율적인 인구 분산에는 실패하는 근본적인 이유에는 지방의 열악한 교육·의료 여건도 한 몫을 한다.

보건복지부의 2017년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에 따르면 제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았다면 살릴 수 있었던 ‘치료 가능한 사망률’이 수도권과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전국 17개 시·도 중 10만명당 치료 가능 사망자수가 가장 높은 곳은 충북(58.5명)이었다. 이는 가장 낮은 서울(44.6명)보다 31% 높은 수치다. 시·군·구별로는 경북 영양군이 107.8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는데 최저치인 서울 강남구의 29.6명 대비 364%에 달한다.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도 인구 10만 명당 서울은 28.3명인데 비해 경남은 45.3명에 이르는 등 생명과 밀접한 필수 중증 의료 분야에서 지역별 격차가 심했다. 환자이송체계의 미흡으로 급성심근경색, 뇌졸중, 중증외상 등의 3대 중증 응급환자가 발생하고서 응급의료센터까지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240분에 이르는 등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도 많았다. 수도권보다는 비수도권에서, 대도시보다는 중소도시·농어촌이 상대적으로 의료서비스가 약한 것이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을 내놓아 관심을 끈다. 전국을 70여개 진료권으로 나눠 공공보건의료 체계를 강화하고 응급·외상·심뇌혈관질환·감염병 등 필수의료서비스를 누구나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의료취약지역에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이번 정부 계획에는 아쉬운 부분도 많다. 먼저 부족한 공공보건의료기관이다. 지난 2016년 공공보건의료기관 비중은 전체 의료기관 기준으로 5.4%, 병상수 기준으로 10.3%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공공보건의료정책 수행을 위해서는 최소 25∼30% 수준의 공공보건의료기관 확충이 필수라고 진단하고 있다. 공공의료기관 확보에 대대적인 투자가 요구된다.

공공보건의료 인력 수급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안에는 공공보건의료전문대학원(정원 49명) 설립과 공중보건장학제도(20명)를 통해 의사를 양성하는 게 전부다. 충분한 의료 인력이 곧 의료서비스의 질을 좌우한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공공의대를 통한 소수의 의사만이 아닌, 간호사, 의료기사 등 공공보건의료기관에 복무할 인력의 양성 계획이 필요하다.

공공보건의료 정책은 지방 소도시 주민의 삶과 직결되는 만큼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좀 더 획기적인 보완책을 강구해 양질의 의료 자원이 대도시로 쏠리는 현상을 막고, 의료서비스의 지역 격차도 해소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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