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주 수필가

오늘은 몇 번이나 벼르고 별렀던 개머리산성(견두산성)에 가기로 했다. 개머리산성은 계족산성의 자성(子城)으로 모성인 계족산성과 백골산성 사이에 있다. 계족산성에서 동으로 마산동산성으로 향하고 마산동 산성에서 호수를 건너뛰면 백골산성이다. 개머리산성을 가려면 고봉산성을 먼저 올라가야 한다. 고봉산성을 시작으로 질현성을 거쳐 개머리산성으로 산성의 줄기를 하루에 모두 답사하기로 했다.

고봉산성은 계족산성에서 개머리산성, 백골산성, 고리산성으로 이어지는 산성의 연결 고리 가운데 하나이다. 또한 대전시 동구 직동의 성치산성에서 노고산성, 마산동산성까지, 거기서 다시 개머리산성, 질현성, 고봉산성으로 띠를 이루어 계족산성의 전초기지로서 금강과 옥천, 회인, 청주, 서울에 이르는 대로를 지키고 보은 삼년산성에서 넘어오는 적으로부터 웅진이나 사비를 방어하는 산성의 연결선이다. 말하자면 백제에서 보면 신라와의 접경을 이루는 최전방이라고 할 수 있다.

계족산성이라는 지휘부에서 질현성에 오면 거기가 사거리가 되고 보은 쪽으로 나가는 전진 기지가 개머리산성이 될 것이다. 주변에 있는 계족산성, 성치산성, 백골산성, 고리산성은 이미 답사했지만, 정작 이 산줄기의 산성들 가운데 특히 마음에 두고 있으면서 개머리 산성만 답사를 못했다.

개머리산성으로 가는 길의 첫 답사는 고봉산성이다. 오늘의 답사는 대전시 동구 주산동에서 시작해 고봉산성, 질현성을 거쳐 6개의 보루와 개머리산성을 답사하고 효평고개로 내려오기로 했다. 주산동 마을 어느 집 마당에 주차하고 고봉산성으로 올라갔다. 고봉산은 해발 약 300m 정도 되기에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시작부터 경사가 급하다. 사람의 발길은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이 산은 특히 청미래 덩굴이 많아 다리를 휘감고 놓아주지 않았다. 산초나무도 가시를 도사리고 팔이 걸리기를 기다리고 있고 밤나무는 꼭 사람 키 높이에서 얼굴에 회초리질을 해댔다. 이정표는 정상까지는 1km가 안된다고 이르고 있었지만 산성을 기다리는 마음인지 가파르기 때문인지 마음은 바심을 하고 있었다.

드디어 돌무더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허물어진 산성이다. 산정에서 커다란 덤프트럭으로 돌을 쏟아 부은 것처럼 돌무더기가 아래로 흘러내렸다. 석축 방법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는 부분이 남아 있는지 둘러보았다.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한 군데가 남아 있다. 이런 작은 성에도 치성이 있었을까? 치성처럼 약간 튀어 나온 부분에 2m 정도 6단이 남아 있다. 이 정도만 되어도 전문가들은 축성의 방법을 짐작해 낼 수 있을 것이다. 화강암을 가로 40cm, 높이20~30cm,  세로 30~40cm정도로 다듬어서 썼다. 다듬기 작업은 육면을 모두 다듬은 것은 아니고 외부로 나오는 부분과 가로 부분과 다듬어서 쌓았다. 외부를 돌을 쌓은 다음 안에서 흙으로 채워 넣은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 근거로 흙속으로 들어가는 부분은 성 돌을 다듬지 않았다. 석축은 그렇게 정교하게 쌓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중간 중간 쐐기돌을 넣기는 했지만 돌과 돌이 닿는 부분이 정교하지 않아 쉽게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 남아 있는 부분에는 돌이끼가 파랗게 끼어 있어서 감회가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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