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충주농고 교장
수필가

오로지 ‘돈’버는 일에만 열중하는 사업가가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돈이라고 믿었기에 부모도 가정도 친구와 이웃까지 그의 마음속에는 멀어져만 갔다. 건강도 돈만 있으면 지켜진다고 생각하고, 자기 몸도 돌보지 않았고 더 많은 돈을 벌기에만 혈안이 됐다.

그러나 철인(鐵人)이 아닌 이상 질병을 이겨낼 장사는 없었다. 돈만 있으면 건강도 지켜진다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병원으로 실려 가는 신세가 됐다. 병원에 실려 가서 그가 받은 진찰 결과는 아주 절망적이었다. 몸속에 자라고 있는 암세포가 온몸으로 번져 3개월 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삶에 직면했다. 그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죽음 앞에서 돈도 소용없다는 것을 죽음을 직면해서야 깨달았다. 그동안 돈 버는데만 열중했기에 내 몸 건강을 돌보기에 소홀한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절실히 깨달았다.

입원한지 한 달이 되던 날 담당 의사가 입원실에 들어와 말했다.

“죄송합니다. 지금 의술로서도 선생님의 병을 고쳐드릴 수 없습니다. 돌아가셔서 보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모두 다 하시며 마음 편히 지내세요.”

그러자 그는 의사를 붙들고 통사정을 했다.

“박사님. 많이 살려달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딱 1년만 더 살게 해주세요.” 애원하는 그에게 의사가 물었다. “1년만 더 살면 무엇 하려고요?” 그는 고개를 떨어뜨리며 말했다. “1년만 더 살 수만 있다면 그동안 못했던 부모님께 효도를 해보고 싶고, 소홀했던 가정에 충실하고 싶고, 잊고 살았던 친구와 이웃들과 정도 나누고 싶습니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도 많고 탐나는 것도 많다. 하지만 인간적인 것보다 더 가치 있고 아름다운 것은 없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 우러나는 정(情), 부부사이에 빚어 나오는 사랑, 친구와 이웃과 나누는 인정 속에서 우러나오는 맛이란 이 세상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답고 소중한 가치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것들의 가치를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 같다. 사업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돈을 열심이 벌겠지만 건강이 왕성 할 때는 돈이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착각 속에 빠져들기 쉽다. 인간적인 것에는 눈길 한번 안주고. 죽음이 눈앞에 임박해서야 돈이 허무하다고 한다. 인간적인 가치를 깨닫고 나서야 인생이 허무하다고도 한탄한다.

그래서 ‘돈을 잃는 것은 적은 부분을 잃는 것이요. 명예를 잃는 것은 인생의 많은 부분을 잃는 것이라 하지만 건강을 잃는 것은 인생의 전부를 잃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나에게도 따뜻한 가슴이 있기에 이 세상 사람들과 어울려 아름다운 인연을 맺고 나누며 살고 있는지, 내가 소중하기에 내 형제를 소중히 하고 있는지, 내 친구 내 이웃을 소중히 하고 있는지를 항상 되돌아보며 살아야할 것 같다. 돈이면 다할 수 있다는 허황된 환상으로부터 벗어나야 하고, 젊고 왕성하게 활동할 때 살아 있음에 감사하게 여겨야한다. 그래야 인간적인 것들을 아름답게 간직할 수 있고, 미움보다 사랑이, 채찍보다 용서가, 돈보다 인간적인 사랑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아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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