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기원전 361년 전국시대, 이 무렵 진(秦)나라는 정치 수준이 아주 낮고 빈약했다. 법이 법 같지 않았고 왕이 왕 같지 않았다. 효공(孝公)이 왕위에 올라 나라 안팎의 인재들을 대거 등용하고부터 나라가 제대로 갖추어지기 시작했다. 이때 위나라 사람 공손앙이 효공을 알현하여 법령과 제도개혁을 아뢰었다.

“고대로부터 나라가 부강해지려면 우선 농업을 발전시키고 군대를 양성해야 합니다. 또한 나라의 법이란 공을 세운 자에게는 상을 주고 죄를 지은 자에게는 벌을 주는 것이 엄격하고 명확해야 합니다. 그러면 나라의 위신이 서고 군주의 권위가 바로 서는 것입니다.”

효공이 이를 받아들여 공손앙을 등용하고 제도개혁을 일임하였다. 하지만 공손앙은 개혁을 위해 새로운 법을 만들어도 백성들이 얼마나 따를 것인가 의문스러웠다. 고민 끝에 한 가지 묘책을 생각해냈다.

어느 날 공손앙은 성 남문 밖에다 석 장(丈) 높이의 나무를 세워두고 백성들에게 포고령을 내렸다.

“이 나무를 성 북문으로 옮겨 놓는 자에게는 금 10냥을 상으로 하사하노라.” 포고령을 보기 위해 남문 밖에는 많은 백성들이 몰려들었다. 그렇지만 그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나무를 옮기려는 자가 없었다. 모두가 나라의 법을 의심하기 때문이었다. 이에 공손앙이 상금을 금 50냥으로 올려 다시 포고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선뜻 나서는 자가 없었다. 그때 한 사람이 속는 셈치고 나서서 남문의 나무를 뽑아 어깨에 메고 북쪽 성문으로 옮겨놓았다. 공손앙이 이 소식을 듣고는 그 사람에게 금 50냥을 바로 하사하였다. 이 소문이 전해지자 성 안의 모든 백성들이 시끌벅적했다. 이구동성으로 나라의 법은 믿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를 기회로 공손앙이 개혁입법을 공포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태자가 새로운 법을 무시하고 함부로 죄를 범하는 일이 벌어졌다. 공손앙이 이 사실을 효공에게 아뢰었다.

“나라의 법령은 누구를 막론하고 다 지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백성들이 군주를 믿지 않게 될 것입니다. 지금 태자께서 죄를 범하였다고 합니다. 다음에 왕위에 오를 분이니 감히 죄를 물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법은 공평해야 하기에 그 죄를 태자의 스승이 대신 받아야 마땅합니다.”

이에 태자의 스승 한 사람은 코가 베이고, 또 한 사람은 얼굴에 문신이 새기는 형벌을 받았다. 그러자 이후로 귀족과 대신들 중 어느 누구도 감히 법을 어기지 못했다. 이렇게 10년이 지나자 진나라는 부강해졌고 백성들은 거리에 떨어진 물건 하나도 줍지 않았다. 이는 사마천의 ‘사기열전’에 있는 이야기이다.

명경고현(明鏡高懸)이란 밝은 거울이 높이 걸려 있다는 뜻이다. 즉 법이 현실에 맞고 판결이 공정함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에 법원 판결은 여러 가지로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그래도 스스로 적폐를 청산하고 국민을 위한 사법부로 거듭나겠다고 하니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잊지 말 것은 나라다운 나라는 법이 얼마나 공정하게 집행되는가에 달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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