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백수십년 인삼농사를 지어오는 마을입니다요!”

“그쪽에 그런 인삼곶이 있단 말이오?”

“한양에서도 떠르르한 집안에서는 약효 좋기로 이미 예전에 소문이 난 곳이라 합니다요.”

최풍원도 들었던 이야기를 마덕출 여각주인에게 전했다.

“그 물건 내게 넘기시오. 정말 탐나는 물건이오!”

“마 주인님, 이건 두 근이 실히 넘는 양입니다요. 얼마나 금을 쳐주실 수 있겠습니까요?”

최풍원이 마덕출 여각주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얼마 전 개성 인삼 장사꾼이 훈증된 천삼을 내게 맡겼었다오. 그런데 이보다 질이 훨씬 떨어졌는데 근당 칠십 석을 받았다오. 이 정도면 백 석은 문제없을 것 같소!”

마덕출 여각주인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근당 백 석이라고요?”

최풍원이 마덕출 여각주인의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 그 모습을 보고 옆에 앉았던 윤왕구 객주가 최풍원의 옆구리를 슬쩍 찔렀다. 최풍원이 얼른 놀라는 표정을 숨기고 태연한 척 가장을 했다.

“저렇게 좋은 물건은 정해진 금이 없소! 임자만 잘 만나면 금이 문제가 아니오! 내게 맡겨 주시오. 내가 여기 저기 임자를 수소문해 보겠소이다. 두 근이 넘는다니 이 백 석은 받겠소이다!”

마덕출 여각주인은 물건을 놓칠까 몸이 달았다. 

“마 주인께서 한 번 알아봐 주시지요.”

최풍원이 마덕출 여각주인에게 천삼을 넘겨주겠다고 약조를 했다.

“고맙소이다! 이번에 가져온 물산들을 모두 처분할 때까지 얼마든 좋으니 우리 여각에서 그냥 지내시구려! 이 물건 보니 다른 물건은 보지 않아도 어떠할지 짐작이 가오. 그 물건도 내게 넘겨주시오. 다른 여각보다 좋은 금을 받아 줄테니.”

마덕출 여각주인이 최풍원에게 한양에 머무는 동안 모든 숙식을 무료로 제공하겠다며 자신의 여각에 머물기를 원했다.

“고맙소이다. 배에 실려 있는 물건은 공납을 하고 난 다음 다시 이야기 합시다.”

윤왕구 객주가 일단 흥정을 미뤄두었다.

“장도에 피곤할 터이니, 오늘 밤은 푹 쉬시고 내일 아침 보십시다!”

마덕필 선주가 두 사람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방을 나갔다.

“그 천삼은 어떻게 된 것인가?”

마 선주 형제가 나가자 윤왕구 객주가 물었다.

“대전리에 대대로 인삼농사를 짓는 언구라는 사람이 제게 맡긴 물건입니다.”

“저런 물건은 개인이 사사로이 팔수가 없는 물건인데 어떻게 자네 손에 들어왔는가?”

“청풍도가에서 관아에 물산을 공납하고 대신 대전리 인삼 물품들 관리를 맡았나봅니다. 그런데 그들 횡포가 너무 심해 가격을 후려치니 언구가 그들 몰래 물건을 가공할 때마다 최상품만 한 두 개씩 빼돌려 모아 두었나봅니다.”

“그래서 그렇게 최고품만 있었던거로구만!”

최풍원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듣고 그제야 윤왕구 객주도 이해가 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언구가 천삼을 내놓으면서 쌀 쉰 석은 받아야 한다고 하더이다. 그런데 여각주인이 이백 석은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저는 믿어지지를 않습니다. 도대체 저런 비싼 물건을 먹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최풍원은 천삼 두 근의 값으로 쉰 석은 받아야한다고 했을 때도 반신반의했고, 약상이 백 석은 받을 수 있겠다는 말에는 가당치도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삼개나루에서 마덕출 여각주인으로부터 이백 석은 넉넉하겠다는 말에는 실상 기암을 했다. 천삼 주인인 언구에게 쉰 석을 준다 해도 백오십 석이 떨어지는 장사였다. 쌀 백오십석이면 돈으로 따져도 육칠백 량이었다. 별 힘 들이지 않고 남의 물건을 팔아만 주고도 그런 거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장사가 도깨비 방망이 같았다. 최풍원은 장사를 해서 그런 돈을 벌수 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한양에는 그런 물건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있자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쌀 이백 석이면 청풍 전체 고을민들이 보릿고개를 잊고 지낼 정도의 양이었다. 그런 비싼 물건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서 먹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하기만 했다.

“한양 돈은 청풍 돈하고는 다르다!”

“한양 돈이나 시골 돈이나 돈은 다 같은 돈이지 다를 게 뭐란 말입니까?”

최풍원은 윤왕구 객주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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