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영동군이 육군이 제출한 매곡면 군부대의 ‘폐기물처리시설설치승인신청’을 반려한데 대해서는 국방부에 귀책사유가 있다. 시설 명칭은 ‘폐기물처리시설’로 돼 있지만 이 시설은 재래식 탄약을 분리 회수해 재활용하기 위한 ‘탄약재활용시설’이다. 그동안 국방부는 매곡면 군부대에 ‘화학물질폐기시설’을 가동하면서 영동군 주민들과의 약속을 성실히 수행하지 못했다.

지난 2000년 국방부가 화학물질 폐기시설 설치를 추진할 당시 영동군 주민들은 이에 반대하며 각종 집회와 시위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군의원이 구속되고 주민들이 사법처리를 받는 등의 고통을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국방부와 주민들이 화학물질 폐기시설 가동에 합의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국방부가 제시했던 영동군 매곡ㆍ상촌ㆍ황간면 지역에 대한 3천581억원에 달하는 국책사업추진 약속 때문이었다.

그러나 국방부는 국책사업 진척률이 6%대에 불과한 상태에서 더 이상 국방부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은 없고, 다른 부처가 예산을 세워 추진하도록 측면에서 협조하겠다며 발을 빼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또다시 ‘탄약재처리 시설’을 설치하겠다는 데 동의할 주민들이 어디 있겠는가. 영동군이 탄약재처리시설 인ㆍ허가 서류를 반려한 사유 가운데 ‘대다수 주민들의 반대’를 중요하게 여기는 정황이 여기에 있다.

물론 국방부도 할 말이 많을 줄 안다. 국방부는 탄약재처리 시설의 안정성과 주민들을 고용함으로써 지역 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를 부각시킨다. 

 화학무기 폐기시설과 관련해서는 군부대가 위치한 매곡면 주민들과의 약속은 많이 지켰다는 사실도 내세운다.

그렇지만 매곡면은 물론 상촌ㆍ황간면을 포함한 영동군 주민들은 국방부가 약속을 성실히 수행하지 않은 채 이제와서 ‘약속을 한 것은 아니었다’거나 ‘측면에서 도와주겠다는 뜻이었다’는 식으로 빠져나가려는 무책임성을 성토하는 것이다.

비록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안보의식이 해이해지는 바람직하지 못한 풍조가 일고 있는 추세라 하더라도 여전히 국방이 중요하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화학물질 폐기시설과 탄약 재처리 시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국방부와 영동군 주민들과의 갈등을 해소하고 협조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방부의 신뢰 회복이 첩경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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